기자명 박경흠 기자 (trident22@skku.edu)

가끔씩 우리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순수히 마음 속에서 나오는대로 행동하곤 한다. 누군가를 싫어하고 또 좋아하고, 어떤 일에 슬퍼하고 또 기뻐하는 따위의 행동들은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 속에서 우러러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의 발로일 뿐이다.

그렇다면 독서는 어떨까. 독서라 말하니 굉장히 거창한 행동 같으니 말을 바꿔보자.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은 당신에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행동’인가. 인터뷰 도중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독서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의 일부였다. 책을 읽는 것이 ‘노동’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골치가 아픈 기자의 모습과는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 부러웠다.

기자는 이음아트 한 대표와의 인터뷰 도중 의례 “책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책의 중요성이요..? 글쎄요, 책을 읽는 것, 즉 독서의 중요성을 묻는거죠?”라는 또다른 물음이었다. 그렇다. 독서의 가치는 ‘책’이 아닌 ‘읽는 것’에서 출발한다.

독서란 곧 내면과의 대화라고 한다. 그냥 눈길이 닿는대로 읽어보자. 대상이 책이 되던, 짤막한 인터넷 댓글이 되던 한번쯤 읽어보자. 어떤 목적도 이득도 없는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처럼, 자연스레 읽음을 시작해보자.

책을 읽는 것이 어떤 지식의 샘을 퍼다 나르는 것처럼 즉각적인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면, 당신은 엄청난 욕심쟁이다. 제발 이 사회의 대세처럼 경제논리의 눈으로 독서를 바라보지는 말아달라. 책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투자의 수단이 아니다. 독서는 단기 수익성이 제로에 가까운 행동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읽음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희노애락의 감정들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듯, 어떤 것을 읽는 행동은 인간을 지성인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독서란 인류가 지금껏 쌓아온 지식의 탑을 한층 더 높이는 작업”이라는 한 대표의 말이 귓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