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20세기 초에 첫 발걸음을 내딛은 한국 연극이 100세를 맞이한 2008년. 전통의 모습과 서양 연극의 영향력 사이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이어진 우리의 연극은 이 기념비적인 해를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에 걸맞게 각종 극단들은 100주년 기념공연을 기획해 대중들에게 한국 연극의 의미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첫 스타트를 끊은 연극은 지난 3월 27일에 시작돼 10일간 무대에 올려진 ‘남사당의 하늘’. 이 연극은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는 ‘한국 연극 100년 기념공연’의 개막작으로서 김성녀, 윤문식 등 베테랑 연극 배우들의 출연으로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인 소재가 과연 현대의 관객들에게 통할 것인가?’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평균 97%이라는 폭발적인 예매율을 기록하며 지난 달 6일 막을 내렸다. ‘남사당의 하늘’의 성공에 힘입은 ‘한국 연극 100년 기념공연’은 오는 6월 한국 연극의 고전인 ‘원술랑’, ‘고향’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연극협회 김종현 사무처장은 “100년 역사와 나아갈 길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데는 현대적 감각과 결합한 고전이 효과적”이라며 “이 점이 바로 ‘원술랑’이나 ‘고향’과 같은 고전을 이번 100주년 무대에 올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 연극 100년 기념공연’이 한국 연극의 전통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면 ‘서울 연극제’는 우리 연극의 현 주소를 나타내며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런 역할을 중심으로 31년을 걸어온 ‘서울연극제’는 스릴러 장르인 ‘쿠크박사의 정원’이나 실버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인공’ 등을 무대에 올리며 2008년의 연극 트렌드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연극의 경향을 보여주는 ‘서울연극제’는 지난 달 30일 상연한 개막작 ‘특급호텔’에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대극장을 찾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미국인의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발 구름과 배우들의 목소리로 효과음을 내는 독특한 연출법들이 주목을 끌었는데 무엇보다 최근 연극계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낸 것이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서울연극제’는 약 한 달 동안 9개의 출품작을 통해 한국 연극의 현재 동향을 관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관객과 배우들이 직접 대화를 하고 무대 의상 퍼레이드가 준비되는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시민들의 참여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외에 단일 연극 형식으로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우리학교 연기예술학과의 정진수 교수가 연출하는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후보작 ‘순교자’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며 정동극장은 10월에 한국 연극 100년사의 시발점이 된 ‘은세계’를 부활시킬 예정이다. 한국 연극이 100개의 초를 꽂는 2008년. 수많은 기념 연극으로 꽃단장을 한 올해는 연극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