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동국대를 위시하여 서울대, 건국대, 한양대, 한국외대, 서강대 등 상당수의 대학들이 내부적으로 학과 통폐합에 대한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는 교수 사회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대학의 재원 지원 방식을 종전과는 달리 각 대학의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 등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취하기로 함에 따라 야기된 것으로 대학 내에서 비인기 학과에 해당되는 순수학문 분야들은 폐과 내지 통폐합의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 해당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도 동요의 기미가 역력한 실정에 있다.

일례로 동국대는 최근 학과 평가를 통해 입학생 선발 정원을 줄이고 학과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모든 학과를 학생 재학률, 졸업생 취업· 진학률, 입학 성적 등 5가지의 기준으로 평가하여 하위 15% 학과의 입학 정원을 10~15%씩 줄여 평가 결과가 우수한 학과들에 정원을 배분할 뿐만 아니라, 5년간 하위 1~8위에 들거나 누적 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 이하면 학과 자체를 없애거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와 통폐합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일부 기초학문 분야의 학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이는 심히 유감스럽고 개탄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모든 일은 실용적이어야 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는 새 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와는 달리 대학에 대하여 실용 일색의 기준을 요구한다는 것에 문제의 뿌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학과들은 크게 실용적인 분야와 비실용적인 분야로 나뉠 수 있어서, 공학·의학·약학 등과 같이 실용의 색채가 강한 분야들에 대해서는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같은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정 지원에 차등을 둔다고 하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인문학·자연과학과 같이 순수를 표방하는 비실용적인 기초학문들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인 기준으로 임한다면 종국에는 실용 분야들에 밀려 도태의 나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만약 순수학문이 도태된다면 인문학적 상상력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부(富)를 창출해내는 영화산업이나 인문의학과 같은 학제간 연구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에 다름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튼실한 기초학문의 토대 위에서 실용학문이 더욱 뻗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우리 정부나 대학 당국이 해야 할 역할임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