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신방)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이 기업수급형 인재 공급에 광분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을 보라! 학부에는 문과대와 이과대 밖에 없다. 대학 학부생 전원이 문리과대학에서 기초 과학의 훈련만 받는다. 나머지 상대니 법대니 하는 것은 모두 대학원 수준의 프로페셔널 스쿨, 즉 직업학교의 몫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업용의 지식은 각 기업에서 교육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단지 기초 학문의 훈도를 통해 그런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소양과 지력과 지구력을 갖추면 된다” 이 글은 중앙일보 2007년 12월 31일자에 나온 기사이다.

이 글 내용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대학에선 철학, 문학, 사학, 심리학, 과학, 예술 등 기초과목을 공부하고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기초과목을 제대로 이수한 사람만이 기업용 지식을 보다 빨리 습득하고, 또 보다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선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보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오히려 낫다. 그런데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인문학 전공 교수가 이야기를 했다면 무관심하게 지나쳤을 텐데 하나금융 그룹의 김승유 회장이 도올 김용옥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기에 화제가 된다.

또 2주 전 쯤인가 조선일보 문화비전 난에는 ‘영미 대학생들이 왜 철학 강의실에 몰릴까?’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는 마이클 샌드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다. 다 합쳐야 7천 명이 안 되는 하버드 대학 학부생 중에서 수강생이 8백 명에 이른다. 이 강의 주제는 정의로운 세계를 만드는 관점과 방법의 도덕적 토대다. 하지만 관념이 아니라 현실을 다룬다. 플라톤, 로크, 밀, 칸트 등의 고전을 읽고 그들의 철학이 지금 여기의 현실세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강의하고 토론한다”

이어서 이런 강의가 왜 인기 있는지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표피적인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 논리적 사고력과 치밀한 분석력, 그리고 총체적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인재다”라고. 그리고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돈이 없어 리드 칼리지를 다니다 말았지만 그는 플라톤, 호머로부터 시작되어 카프카에 이르는 그 대학의 고전 독서 프로그램이 애플 컴퓨터의 오늘을 만든 힘이라고 말하면서 거액을 기부했다… 그는 그 학교에서 리드 동양철학을 깊이 공부했다.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팟 디자인 감각은 대학 시절의 서예 강좌에서 배운 것이었다고 실토했다… 스티브 잡스를 배출한 리드 칼리지 같은 소규모의, 그러나 진정한 탐구를 도와주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문리과대학)가 미국에는 1백여 군데나 있다. 거기에는 남들에겐 바보 같이 보일지라도 자신만의 주제를 붙잡고 공부에 목마른 학생들이 그득하다.”

이런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명예박사를 받으면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인생은 단 한번 뿐이다. 남의 인생을 살지 마라. 너의 목마름을 추구해라. 바보 같아도 좋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빌려 성균인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바보가 되어도 좋다. 그렇지만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 그 답은 인문학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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