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임산호 기자 (mangojelly@skku.edu)

 23년 째 봉사활동을 해 온 택시기사들이 있다. 지난 86년 발족한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는 오늘날 전국 41지대 1만3천여 대원들이 모인 큰 단체가 됐다. 그들은 전국을 돌며 심장병 어린이 돕기나 소년소녀 가장 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2007년부터 시작한 ‘무연고자 사랑의 장례식’은 더욱 그 의의가 깊어 보인다.

 한산한 토요일 아침, 기자가 급하게 들어간 병원에서는 이미 장례의식이 한창이었다. “이제 오셨어요? 지금 한창 대장님이 말씀 중이신데” 한 분이 말을 붙여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늘색 유니폼들 사이로 하얗게 장식된 고인의 관과 위패가 보였다. 그리고 제일 앞에서 26번째를 맞는 이번 장례식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는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병 어린이를 도우면 부모가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무연고자들은 아는 이들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이런 말조차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봉사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함께 살다가 떠남에도 연고자 없이 떠나는 서러운 영혼을 위로하고 배웅해주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아, 그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택시기사들이 장례식을 치러 준다는 얘기만 듣고 좀 특이한 봉사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고 왔지만 장례식장에서 본 택시기사들의 모습은 달랐다. 그 흔한 화환 하나 없어도 장례식은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기사 분들은 오직 이 사회에서 함께 살다갔던 고인의 안녕을 위해 진심을 다해 기도를 하고 향을 올렸다. 

 “화장터까지 가지 않겠어요?”하고 대원 분들이 물었지만 기사 마감시간 때문에 신문사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갔다 오는 길이지만, 돌아오는 내 마음은 한가득 커져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봉사대원분들의 얼굴이 환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누군가 남을 돕기 위해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봉사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죽음과 가까운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결코 무거울 필요가 없다. 사랑을 나눠줌으로써 이 사회는 행복해지고 세상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