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올해의 '세계 경쟁력 연감'을 발간하였다. 이에 따르면 여러 가지 지표로 평가된 55개 나라들 중 한국의 경쟁력이 작년보다 2등 낮아졌다. 그런데 교육 부문의 경우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전체 순위가 29위에서 35위로 크게 떨어졌을 뿐더러, 그 세부 항목인 ‘대학 교육의 경쟁 사회(competitive economy) 요구 부합도’는 53위에 머물러 거의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4위에 오른 ‘고등교육(higer education) 이수율’과 현격히 대비되며, 한국 대학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은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55개국 중 53위라는 대학교육 경쟁력”이란 제목의 어느 신문 사설 앞에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 여건의 개선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을 반기기에 앞서 선생과 학생 모두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은 이제 양적인 성장을 질적인 발전으로 전환시켜야만 한다. 이 점에서 우리 성대인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바뀐 캠퍼스의 외양에 자족하지 말고 철저한 내부의 쇄신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면 과제가 교과부의 말처럼 “기업 수요에 맞는 대학 교육”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학은 기업이 바라는 실무형 교육과 산업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설의 주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혹 ‘국제경영개발원’ 원래의 의도에 적절한 처방일는지 모르겠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쟁력’은 “한 나라의 경제 환경 및 여건이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국부를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을 뜻하고, 그 평가 근거가 국제 통계와 최고 경영자 위주의 설문조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 연감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국가의 입장에서 평가한 대학의 위상과 기능인 것이다.

물론 대학도 국가와 기업을 골간으로 한 사회 안에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인은 우리 나름의 꿈이 있고, 대학 본연의 목적도 우선 이로부터 찾아야만 한다. 국가의 경쟁력이나 기업의 필요와 같은 사회적 요구 자체까지 일면 대학의 탐구 대상일 뿐이다. 현실과 밀착된 사회의 다른 어떤 조직도 이에 대한 공정한 비판이 어렵다면, 이를 위한 진지한 연구야말로 대학인에게 부여된 고유한 사명이다. 따라서 대학이 오로지 ‘경쟁 사회 요구 부합도’를 높이기 위해서만 매진할 경우 도리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대학은 국가와 기업의 필요를 도외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에만 얽매이지 않는 지혜와 원견(遠見) 역시 대학에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