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풀의 정치학
바람과 풀의 정치학
  • 성대신문
  • 승인 2008.05.25 22:36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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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수(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바람에 따라 눕게 된다.”
[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 『論語』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활동했던 공자는 노나라 사람이다. 당시 노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던 정치인은 계강자였다. 계강자의 아버지는 계환자였는데, 공자와 함께 노나라의 국가행정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성장한 계강자는 공자의 명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공자에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당시 백성들에게도 큰 신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바로 그 때, 기회가 찾아왔다. 즉 공자가 외국에 머물다가 노나라로 귀국했던 것이다. 계강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자를 어렵사리 만난 계강자는 공자와 대화를 시도하였다.

계강자가 물었다. “요즘 세태가 혼란해져서 법을 지키지 않는 난폭한 사람이 많습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마음으로 한 명을 보란 듯이 처벌하여 백성들이 이것을 보고 조심하도록 하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하였다. “백성을 교화하고 다스리는 것은 임금의 올바른 정치에 달려 있습니다. 어찌 형벌만을 강조합니까? 그대가 선한 정치를 하면 백성들도 자연히 선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들은 풀과 같습니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바람에 따라 엎드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진정한 리더십의 원천은 위정자의 “솔선수범”이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말이 있다. ‘부국’이 한 나라의 경제력을 뜻한다면, ‘강병’은 군사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력과 군사력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국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법과 힘에 의한 강압적인 방법이 아니라 설득과 이해를 통한 감화(感化)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공자이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파워(Soft Power)인 것이다. 힘과 법이 하드파워(Hard Power)라고 한다면, 소프트파워의 원천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의 솔선수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자의 문하에는 정치분야에 뛰어난 식견과 능력을 가지고 있던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자공이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의 핵심에 대해 물었다. 이 때 공자는 정치의 3가지 원칙을 강조하였다. 즉 첫째,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기본적인 의식주에 걱정이 없게 하는 것[足食]. 둘째, 나라의 군사력을 튼튼하게 만들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足兵]. 셋째, 백성들이 임금을 믿고 나라의 법률과 정책을 따르게 하는 것[民信之].

진정한 민주주의는 “신뢰의 바람”에서 시작된다.
지난 4월 총선을 돌아보면, ‘지역개발사업’을 공약으로 내 건 정치인들이 매우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거의 대다수였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제 선거를 마친 후 다시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지역개발정책들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지 의문이다.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는 재개발사업은 중요하다.

또한 나라경제를 살리는 대운하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이든 국가든 간에 모든 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굳이 공자의 말을 다시 빌리지 않더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바로 위정자와 국민들 간의 ‘신뢰의 바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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