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준 편집장 (oversea@skku.edu)

중국 쓰촨성을 강타한 진도 8.0의 대지진이 발생한지 어느덧 2주가 됐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망자 숫자만 해도 5만명이 넘고 실종자와 부상자 등을 모두 합하면 수십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진 피해상황에 대해 각종 언론매체 등에서 보도되는 지진 피해상황이나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포토뉴스 등을 보면 지금 쓰촨성의 모습은 몇 년전 발생한 쓰나미 이상의 충격을 안겨준다. 건물이 무너져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는 어린이들, 극적으로 구출되는 사람들의 모습, 다친 곳은 없어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모습들은 비록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어도 세계인의 마음을 슬픔으로 물들이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세계인을 슬픔으로 물들인 쓰촨성 대지진이 유독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만은 애도로 묶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지난 12일 대지진 발생 직후 인터넷에 관련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기사들은 수많은 네티즌들의 각종 댓글들로 넘쳐나기 시작했고, 그 댓글들 중에서 상당수가 이번 대지진을 반기는 내용이었다. 그때 그 댓글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아무리 싫어하는 국가의 재해라고 해도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애도는커녕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 심지어 애도의 뜻을 보이는 사람은 ‘한국인을 가장한 중국인’ 취급을 받으며 ‘민족의 적’이 되는 분위기였다. 이번 재앙을 애도하는 이에게 ‘그런 어쭙잖은 인류애는 버려라’고 말한 댓글까지 있었다.

물론 네티즌의 이런 댓글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지난 티베트 사태나 성화봉송 사건, 숭례문 소실 때의 중국 네티즌의 악플 등으로 중국에 대해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실망했던 이유가 뭐였는지 생각해보자. 바로 중국이 과도한 국수주의 등에 기반한 행동으로 인류보편적 가치에 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났던 것이고 말이다. 그러나 쓰촨성 대지진 기사의 많은 댓글들을 보면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비난했던 그들의 반휴머니즘적 행동들을 우리 역시 지금 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에서 중국인들이 행한 행동은 분명 잘못됐고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 사건들로 인해 지금 우리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민족주의가 불러온 비극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닌 이제 우리부터라도 먼저 민족과 증오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인류애를 실현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