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의상학과 졸업작품전 특집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호암관 2층. 그곳에선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강의 중인 교수님의 목소리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목소리처럼 익숙한 소리가 아니다. 미싱 돌아가는 소리, 넓은 천을 가르는 가위질 소리, 흰 종이 위를 분주하게 오고 가는 연필 소리, 이런 특별한 소리들이 한 층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이곳. 이곳은 지금 2008 의상학과 졸업작품전(이하:졸작) 준비로 뜨겁게 달궈져 있다.

현재 2008 의상학과 졸작의 전반적인 준비 현황은 어떤가?
천현숙(의상05, 이하:천) 이번 졸작은 작년 2학기에 가졌던 첫 모임을 시작으로 9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이제는 거의 마무리에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의상 가봉도 끝나고 마지막 점검 및 수정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의상도 의상이지만 쇼 무대와 관련해서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의상학과 졸작의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정재웅(토목02, 의상학과 복수전공, 이하:정) 보통 전년도 2학기에 첫 미팅을 가지면서 9~10개월 정도에 걸쳐 졸작 준비가 이뤄진다. 2학기 때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졸작 준비 수업으로 졸작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강좌다. 첫 미팅 등에서 학생들이 함께 졸작 전체의 테마를 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디자인, 이미지맵, 소재 등의 세부적인 부분들이 모두 4학년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후 학생 개인들의 의상 디자인이 시작되고 이를 도식화해서 교수님과 함께 패턴을 뜨는 작업을 겨울방학까지 완료한다. 이 패턴을 4차에 걸쳐서 수정하는데 1, 2차는 모델의 몸에 가장 가까운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3, 4차는 실제 모델 피팅을 통해 한다. 크게 이러한 과정들을 거친 후 리허설을 하고 실제 쇼 무대에 의상학과 학생들의 의상이 올라가게 된다.

대학교 졸작(학생들의 작품전)이 다른 패션쇼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지원(의상04, 이하:이) 일단 쇼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채워진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무대와 관련해서 기획사를 쓰고 쇼 전체를 디렉팅하시는 교수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의상학과 집행부 이하 학생들의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다. 또 일반 쇼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자리라면, 졸작은 준비 과정 자체가 예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 뿐만 아니라 판매, 광고가 목적인 쇼가 아니고 4년 동안 공부해서 쌓은 것을 보여주는 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우리 의상학과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쇼인 만큼 쇼의 성공이 곧 성균관대 의상학과의 가치 상승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의상학과 학생들에게 졸작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임동성(의상02, 이하:임) 막 전공에 진입했었던 2학년 때는 화려하게만 보여서 막연하기도 하고 또 환상에 젖어있기도 했다. 그런데 학년이 거듭하면서 이곳의 현실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까 힘든 것도 많고 회의감도 많이 들더라. 그래서 나 같은 경우 졸작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졸작을 준비하면서 내가 의상이라는 것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이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게 됐다.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재정비하는 기회가 됐다고나 할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의상학과 4학년들에게 졸작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독특하게도 우리학교는 의상학과가 2007년까지 인문과학계열에 소속돼 있었다. 예술학부가 아닌 인문과학계열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면?
일단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타 대 의상학과들은 너무 미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반면 우리 의상학과는 철학적 요소를 강조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단순히 아름답고 보기 좋은 디자인에서 벗어나 자신이 나타내려는 영감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복식사를 비롯한 역사도 많이 배우고. 그런 점에서 단순히 디자이너를 키운다기 보다는 의상인을 양성한다는 게 우리 의상학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기를 보고 뽑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그림을 못 그려서 겁을 내는 친구들도 많다. 그래서 실기적인 면에서 고생도 하고 시간도 많이 투자하게 된다.
임 그렇다. 머릿속에 있는 디테일이 있는데 이걸 표현하는 게 힘든 경우가 있다 보니까. 또 인문과학계열 소속으로 들어온 학생들인지라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본다면 creative가 약할 수도…….

그런 단점들 때문인지 인문과학계열에 소속돼 있던 의상학과가 2008년부터 예술학부로 옮겨졌다
학교를 위해서는 의상학과가 예술학부 안에 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졸작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못해서 총동창회와 교수님들 간에 많은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인문과학계열 소속이다 보니 학점 때문에 원치 않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다 보면 학과 분위기가 안 좋아 질 수 있다.      

의상학과가 예술학부로 옮겨지는 것에 대한 기존 인문과학계열 소속 학우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반반인 것 같다. 08학번 의상학과 새터는 예술학부 소속으로 가기도 했는데, 우리 학년의 경우에도 졸업앨범에 ‘생과대 소속으로 나오고 싶은지, 예술학부 소속으로 나오고 싶은지’ 일일이 학생들 개인의 의견을 조사한 후에 잘 반영해줘서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생과대 출신 학생들로서 아쉬운 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9개월 동안 숨 가쁘게 준비해 온 졸작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2008 의상학과 졸작의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비의 기승전결에 따라 나눈 6개의 스테이지별로 아이덴티티가 다 다르다. 또 스테이지 사이사이에 의상학과 학생들이 만든 영상들도 삽입돼 더 흥미롭게 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테이지 위에서 옷으로 재탄생한 비의 여러 모습들을 즐기시길 바란다.
천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의상학과 학생들이 다 만들었다는 것을 아시고 보셨으면 한다. 직접 쇼를 보시면 어디 하나 학생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는 걸 느끼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