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산발적 시위 한계 - 민생이슈로 공감대 형성 노력

기자명 김청용 기자 (hacar2@skku.edu)

18대 국회 2백99석 중 한나라당이 1백53석, 통합민주당이 81석으로 국회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데 반해 민주노동당 출신 국회의원은 다섯 명에 불과하고 진보신당 출신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는 실정. 이를 두고 우리학교 양정호 교수(교육)가 아시아 경제신문과 가진 대담에서 “새정부에서는 견제세력이 거의 없어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측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듯, 전문가들은 국회의 이념 스펙트럼이 단조로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이 대학 사회로까지 흘러들어왔다. 진중권 교수는 강의에서 “현재 대학생들 역시 졸업 후 비정규직이 될까 전전긍긍 걱정하고 있는 88만원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세대에 속해 있음을 망각하고 현실에 적응하려 한다”며 소통구조의 균형 회복을 위해 대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기를 촉구했다.

7080 대학생이 민주화 주역…90년대 폭력성 등으로 외연 축소
1950년대부터 1992년까지, 정부가 사회 문제에 대해 묵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파행적인 행태를 일삼던 상황에서 진보세력의 가장 큰 화두는 ‘민주화’였다. 당시 대학생이란 단어는 ‘진보’ 그 자체를 뜻했던 만큼 사회 문제가 있는 현장에는 언제나 대학생이 서 있었다.

민주화를 위해 1982년 ‘학생의 날’ 행사에 참여해 군부독재 타도를 부르짖던 이윤성(사학81) 열사는 시위 도중 강제 징집돼 의문사했고, ‘노태우정권 퇴진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앞장 섰던 김귀정(프문88) 열사 역시 정부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재학중이던 이덕우(법77) 변호사는 “대학을 감싸고 있던 공포분위기 속에도 학우들은 사회운동에 앞장섰다”며 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목숨 바쳐 싸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마침내 1993년 민주화 세력에서 수장 역할을 하던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학생들이 무자비하게 탄압받는 일은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이때부터 ‘외부’가 아닌 ‘내부’의 문제들이 싹트기 시작한다. 1970~80년대를 이어오면서 면면히 계속되던 폭력적인 시위문화가 90년대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1996년 연세대 사태가 바로 대학 내 진보진영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 연세대 안에 열린 통일대축전에서 경찰이 타대 학생의 진입을 원천봉쇄하자 충돌이 벌어졌고, 학생들의 과격한 반항에 전경 1명이 죽기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당시 새내기였던 김종현씨(수학96)는 “집회의 의제 제시 기능에 대해서는 모두들 긍정했지만 시위의 폭력 수위가 지나치다는 학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며 대학사회 내에서 진보운동이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됐음을 지적했다.

한편 IMF 시대에 이르러 취업문제가 불거지면서 진보진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박영선 기획위원장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완성된 이후 진보진영이 대중의 삶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며 현실문제를 관심의 중심으로 두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 내에서도 등록금 문제와 같이 생활에 밀접한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우리학교도 2000년 학교 측에서 등록금을 9.8%를 올리겠다고 하자 총학생회는 투표를 통해 600주년 기념관의 봉쇄를 할 정도로 적극성을 띄었다. 그러나 이 시위에 있던 폭력성 때문에 학내 총학생회가 지탄을 받기도 했다.
더해서 등록금 인하 요구는 각 대학별로 산발적으로 일어났고, 학생들은 현실적 문제보다 취업에 더 신경을 쓰면서 진보진영의 외연이 전체적으로도 줄어들었다.

대학생의 사회문제 관심 상승, 진보의 희망으로 이끌어내야
그러나 최근 정부가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쇠고기 수입이나 의료보험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진보진영이 실생활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함께 성대 모임 김소형(정외05) 학우는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민생에 관련된 문제를 건드려 학우들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며 민생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진보진영의 운동에 대학생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음을 전망했다.

온갖 역경과 고난, 현실적 한계를 대학 사회와 함께 감내해온 진보진영. 그들은 지금 영향력을 끌어올릴 기회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오른쪽’날개로만 나는 기형적인 현 상황에서, ‘양쪽’날개로 날기 위해 대학생의 현실에 대한 치열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