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교실을 위해
관용의 교실을 위해
  • 성대신문
  • 승인 2008.06.03 00:24
  • 호수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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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중국철학) 교수

“절대로 남에게 지고선 집으로 들어오지 마라!” 이 말은 부모 세대가 등교 길에 나서는 자녀에게 들려주는 생존 경쟁의 지침이다. 또 “수업 시간에 떠들지 말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누군가가 이런 교실(사회)의 풍경에서 10여 년간 살았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토론, 참여의 공존보다는 경쟁, 순종의 독존을 유효한 삶의 자세로 함양할 것이다. 나아가 이 풍경은 오늘날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토론이 절실히 요청되지만 정작 활성화되지 않고 지침이 정답으로 제시되고 훈계가 살아 쉼 쉬는 실황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사회의 문제 상황으로는 지역감정, 노사 갈등, 진보와 보수, 통일 방안 등이 있다. 한국인은 이 사안에 대해 모두 단 하나의 유일하며 명쾌한 해답의 도래를 강력하게 염원해왔지만 여전히 현안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그토록 해결을 희구하는 데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문제는 복잡한 양상으로 꼬이고 있다. 우리에게 지역감정은 애초부터 가지지 말아야 할 잘못된 어떤 것이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사람은 틀린 생각으로 판단하기에 스스로 고치거나 남이 바꾸어주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지역감정은 어떠한 역사적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형성되었으며 그 지역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대안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즉 그것은 오랜 역사적 연원을 가지고 있어서 삶의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실체가 되지 못하고 ‘잘못됐다’는 말 한 마디로 소멸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국의 지역감정은 지금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는 사람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위험한 부부의 상황과 비슷하다. “먼저 네가 투항하라. 그럼 저간의 사정을 참작하겠다.”는 최후통첩이 일상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언론은 연일 사회 각 영역의 문제 해결의 과정을 정치적 멜로 드라마로 만들어 갈등을 증폭시키고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지 신나게 보도한다.

우리는 각자 이 세상살이에서 누구나 살고 싶은 삶을 기획해서 추진하고 만들어 가는 권리와 자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누구의 그림과 설계가 원천적으로 잘못되었다며 사회에서 배제, 격리시킬 권리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이 납득하기 어렵거나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고 해서 어떤 부류의 사람에게 불온하다는 낙인을 꾹꾹 눌러 뼈와 살에다 고통을 주고 있다. 나는 무오류와 절대선의 화신이고, 너는 오류와 절대악의 다른 이름이다. 나는 한 수 가르치는 만고불변의 훈장 역이고, 너는 받아 적어야 하는 학생 역이다. 이런 언어 놀이판의 말에는 거시적으로는 빨갱이, 좌파, 성, 국적, 나이 등이 있다. 의성과 의태의 차원으로는 수군수군, 쑥덕쑥덕, 호통 치기, 욕설, 탁탁, 흘깃흘깃, 절레절레, 손가락질, 물건 집어던지기 등이 있다.

우리는 “사람이 다른 만큼 생각이 다르다”는 말을 쉽게 한다. 우리는 막상 의사 결정, 갈등 해결의 장에서 효율성, 막후의 의중을 내세우며 “사람은 다르더라도 생각은 같아야 한다”는 유혹에 너무 쉽게 허물어진다. 이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사회가 같아야 한다는 통제된 질서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관용의 공존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도한 흐름을 직시해야한다. 퇴행적 가치의 저항은 단말마일 때 가장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뿐이다. 대화는 사전에 ‘상대와 마주 앉아 의견을 주고받다’로 풀이되어 있지 ‘없는 사람에 대해서 말하다’는 뜻으로 적혀있지 않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반론을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새로운 인사말을 건네야겠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봐라!”, “네 생각을 차분하게 말해라!”, “뭔가 모르면 선생님에게 물어봐라!”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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