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노원문화예술회관 최진용 관장

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노원구민인 것이 자랑스럽더군요” 노원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구민의 글이다. 조수미, 정명훈 등 문화계 명사의 공연을 열고 노원구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등 지역 문화의 중심으로 톡톡히 자리매김한 노원문화예술회관. 이 중심에는 구민의 의사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온 최진용 관장이 있었다.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그에게서 지역회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술행정 전문가로서 지역회관 경영 철학이 어떤지 궁금하다
우선 예술 경영은 부분적으로 공공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회관은 말 그대로 지역주민에 밀착된 예술 행정을 펼쳐야 한다. 또한 주민에게 다가가는 예술극장이 되려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 회관은 모든 관람객을 ‘카네기 부인처럼 모셔라’라는 기치를 걸고 극장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관극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방침을 통해 우리 지역회관은 표가 아닌 신뢰를 팔고 있는 것이다.

■지역회관이 같은 공공문화기관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의 중앙극장과 가지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역회관과 중앙극장은 그 성격이 상이하다. 국립극장 같은 중앙극장은 한 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을 책임지고 이끌어야하는 의무를 가진 반면에 지역회관은 주민들이 문화와 함께 호흡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회관은 주민의 소리를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직접 수렴해서 주민들이 삶 속에서 좀 더 가깝게 예술의 가치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맞춤 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회관이 갖는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프랑스의 작가이자 세계 최초 문화장관이었던 앙드레말로가 제창했던 ‘문화의 집’ 운동은  문화복지 차원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역회관도 지역문화의 중심역할을 주민에게 돌리면서 문화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고 본다. 또한 지역회관은 주민들이 향유하는 문화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고 흥행성이 떨어져 큰 극장에서도 기피하는 국악, 무용 등의 예술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소외된 예술분야에 힘을 보태주는 건 물론이고 주민들이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회관이 갖는 의무이자 공익에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

■지역회관의 전반적 운영에 대해 느끼는 한계가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지역회관의 관리가 자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 노원문화예술회관과 충무아트홀을 제외하고 서울 내 모든 지역회관이 시설관리공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시설관리공단은 정부 기관으로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문화예술을 효과적, 체계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부족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예산 부족은 각 지역회관이 회관만의 특색을 형성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지역회관의 끊임없는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