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문화적 상징성, 세계 영화시장의 현실, 그리고 스크린쿼터
영화의 문화적 상징성, 세계 영화시장의 현실, 그리고 스크린쿼터
  • 성대신문
  • 승인 2008.08.31 19:34
  • 호수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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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희(신방) 교수

영화는 상당히 독특한 문화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독특’하다는 것은 사실 주관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많은 경우 형식적인 측면에서 영화를 다른 문화적 장르와 구분하고 있지만 실상 모호한 면이 많다. 예를 들어 TV용 영화(극장 상영이 아닌 TV 방송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와 극장용 영화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 혹은 ‘태왕사신기’의 경우처럼 TV 드라마를 편집하여 극장에서 상영할 경우 극장용 영화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영화용 카메라 및 제작방식을 통해 TV 드라마를 제작하면 극장용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등 손쉽게 모호한 영역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대세인 지금은 더더욱 영화를 형식적인 측면에서 정의하기란 어렵다. 즉, 영화는 실체라기보다는 일종의 상징으로서 우리 머리 속에 존재하는 문화적 상품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상징성의 실제적인 영향력 역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드라마, 스포츠, 게임 등의 콘텐츠와 달리 영화는 사회적 담론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의 압력이 있어 왔지만 2006년에서야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 역시 영화의 문화적 상징성이 지니는 영향력 때문이었다. 스크린쿼터는 자국 영화산업 보호를 위한 일종의 시장확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상영관들이 일정 기간 이상 자국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자국 영화를 위한 시장을 확보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외국 영화사들의 입장에서 그 만큼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가 축소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영화업계의 압력에 따라 우리나라 영화의 의무상영일수가 연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었다는 것은 미국 영화사업자의 입장에게 73일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을 의미한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정책적 과정에서 많은 심각한 논쟁이 발생하였다. 이중 축소를 옹호하는 논리를 살펴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본다. 우선 전체 국가경제에서 영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따라서 영화산업을 양보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서 더 큰 무역적인 이득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해득실의 계산과정에서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영화가 지닌 문화적 상징성의 가치를 계산하였는지는 의문이 간다. 이러한 문화적 상징성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우리 자신의 심미적, 정신적 만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더욱이 요즘 정책적 화두인 국가 브랜드를 외국인들의 머리 속에 형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지니는 가치 역시 기존의 이해득실 계산에서 빠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영화산업의 경쟁력이 그간 상당히 성장했기 때문에 외국 영화와 대비하여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또한 이러한 경쟁을 통해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안타까움의 대상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세계시장 지배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자국시장효과(home market effect) 이론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영화 시장의 규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기대수입의 크기가 크고 따라서 처음부터 영화 제작비용을 높게 가져갈 수 있었다.

이러한 높은 제작비용은 품질의 우수성으로 이어지고(물론 심미적 부분은 제외한다) 이러한 우수성으로 인해 세계시장을 장악하게 되었고 이어서 이러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기대수입을 정함에 따라 더욱 제작비용이 높아지는 경쟁력 상승 과정이 진행되었다. 솔직히 어느 국가도 영화 산업에서 미국과 실질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에 있지도 못한 국내 영화가 미국 영화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인도의 경우에는 자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고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상당 부분 문화적 차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화가, 특히 젊은 세대의 문화가, 미국과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가 지니는 문화적 상징성의 가치와 세계 영화산업의 현실을 냉정히 감안하다면 스크린쿼터라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지니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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