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레고리

기자명 이승아 기자 (singav@skku.edu)

김성한의 대표 소설 『바비도』는 15세기 영국 내 종교와 권력의 타락을 다루지만 사실 그 속에는 독재와 부패가 점차 극렬해지고 정의가 사라진 한국 전쟁 직후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처럼 다른 것을 말함으로써 문맥 속에 감춰진 어떤 진리를 우회적으로 깨닫게 하는 표현 방식을 알레고리라고 부른다. “다르게 말한다”는 그리스의 ‘allegoria’란 말에서 유래한 알레고리는  주로 도덕이나 현실풍자를 통해서 듣는 사람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강한 목적성을 지닌다.

이는 상징과는 다른데, 상징이 시어 하나를 지칭한다면 알레고리는 서술구조의 의미화과정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이솝우화 속 여우는 탐욕을 상징하지만 여우의 행동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교훈은 인간들에게 도덕을 가르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알레고리화 된 것이다. 이러한 알레고리가 문학에서 중요한 이유는 작품해석을 폐쇄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상징을 넘어선 존재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어준다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동물우화를 통한 표현 방식은 알레고리가 작품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으로 김성한의 작품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기법이다. 그는 단편 『개구리』에서 인간사회를 동물로 비유함으로써 단순한 우회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격마저 내팽개치고 혼란과 무질서, 부도덕만 자행하는 무리들에 대한 작가의 비하적 시선을 드러냈다.

그의 알레고리는 동물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초역사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로오자』에서는 아돌프 히틀러의 어머니가 주인공이지만 이 소설에서 독일의 역사는 무시된다. 단지 로오자는 독재자에 의해 자신의 의식이 조작됐었다는 것을 깨닫는 인물의 전형일 뿐이다. 이처럼 김성한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를 현재와 다른 배경을 사용해 표현하지만, 그 인물이나 공간이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알레고리에도 한계는 있다. 소설 『오분간』에서 그는 제우스의 입을 빌려 제3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 존재를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는다. 이렇듯 알레고리의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은 단지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에 그칠 뿐 해결까지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관념적인 문제로 설정됨에 따라서 관념적인 차원에서만 문제가 해결될 뿐, 현실적인 전망은 갖지 못한 무책임한 부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