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극 <후엔떼 오베후나>

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사람들은 ‘스페인’하면 으레 정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인간과 덩치 큰 수소의 결투 투우, 원색적인 의상과 현란한 몸동작의 민속춤 플라멩고를 생각하면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다채로운 축제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엔 생기가 넘친다.

이러한 정열의 건강미가 스페인의 국민성에 번진 것일까. 1476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 ‘후엔떼 오베후나’에서 일어난 농민 봉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 <후엔떼 오베후나>는 정열을 닮은 스페인 국민의 명예에 대한 자부심과 불의를 용서치 않는 정의로움을 형상화했다.

<돈키호테>와 더불어 스페인 5대 연극으로 손꼽히는 <후엔떼 오베후나>는 마을 사람들이 목숨처럼 여기는 명예를 제멋대로 짓밟는 귀족들과 이에 대항하는 민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스페인 국민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뻬 데 베가의 작품인 이 연극은 귀족을 주요 관객으로 했던 기존 연극 흐름에서 탈피해 일반 대중의 정서를 녹여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의 포용력은 <후엔떼 오베후나>의 줄거리에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라우렌시아, 그러면 넌 누구를 사랑하고 있어?” 친구 빠스꾸알라의 질문에 주인공 라우렌시아가 대답한다. “난 나의 명예를 사랑해!” 15세기 후반, 여성에게 종속을 강요하는 그 시대의 사랑 방식에 반항하는 그녀의 당당함은 파격을 넘어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후엔떼 오베후나>에는 창작 배경이 봉건제도 속 부계사회임에도 귀족의 폭정과 부패에 대항하는 민중과 주체적인 여성상이 강조돼 있다.
또 전통적인 건축 양식이 연출된 무대, 목가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음악, 그리고 칼라트라바 십자가가 박힌 귀족의 고풍스런 의상은 15세기 스페인의 모습을 충분히 구현해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끌어 들인다.
정열의 나라, 그 이름 뒤에 가려진 스페인의 새로운 매력에 눈 뜨게 하는 연극 <후엔떼 오베후나>. 명예를 사수하기 위한 집단적 움직임을 보며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마을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연극의 매력에 흠뻑 젖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간:~ 9월 28일
△장소: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
△입장료:1만 5천원(학생증 지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