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윤 기자 (kjy0006@skku.edu)

“자, 여러분 엄마가 요리할 때 보셨죠? 맛있는 국을 보글보글 끓이기 위해서는 ‘열’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런데, 여러분 몸에서 나온 에너지로도 보글보글 끓이기를 할 수 있답니다”
오전 11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에너지 관리 공단은 단체 관람을 하러 온 어린이들로 가득했다. 호기심에 가득 찬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안내원의 설명에 집중한다. 어린이 네 명이 나와 두 손으로 유리병을 꼭 감싸자 잠시 후 병 속에 있던 파란 액체가 보글보글 끓는다. “우와, 진짜 끓는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에너지 교육은 에너지에 대한 개념 뿐 아니라 △에너지 현황 △에너지 문제 △에너지 해결 방안 △에너지 미래까지 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일컫는다. 이는 교육 수혜자의 에너지 절약 실천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한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한다는 교육의 특성에 따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뒤늦게 석유 위주의 에너지 소비 구조에 대한 반성이 이뤄지면서 에너지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교육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련된 정부 차원의 에너지 교육 중 대표적인 기관이 에너지 관리 공단 홍보관. 홍보관에서는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함으로써 에너지가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 체험 통해 거리감 좁혀
에너지 관리 공단 홍보관에 제일 먼저 마련된 공간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에너지라는 개념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에너지 체험관이다. 모형 자기부상열차가 공중에 뜨는 모습을 통해 자기에너지를 이해하거나, 떨어뜨린 공이 통로를 따라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위치에너지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 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전기에너지 실험.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생긴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선풍기가 돌아간다. 여기저기서 꼬마 아이들의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박지수 기자

체험관을 빠져나와 절약관에 들어서자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전제품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실생활 속 물건들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선풍기 30대와 에어컨 1대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전력을 직접 비교해 볼 수도 있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소모되는 전력의 세기도 눈으로 확인한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도, 자신의 자그마한 힘으로도 충분히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우고 있었다.

이렇듯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생활 속 에너지에 대한 교육은 성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자녀와 함께 체험관을 방문했다가 안내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됐다는 이덕자(40)씨는 “체험관을 다녀온 후에 항상 사용해 왔던 전기밥솥, 냉장고를 에너지 문제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됐다”며 “크고 정책적인 사안 못지않게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고민도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수 기자

체계적 교육 위한 양·질적 성장 필요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은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는 성공했을지라도 체계적인 커리큘럼 마련은 부족하다는 것. 이와 관련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 오대성 팀장은 “에너지 관리 공단 홍보관과 같이 전시실을 돌아보는 식의 형식적 교육은 수박 겉핥기식에 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에너지 관리 공단에서는 지구 온난화, 우리나라 석유 의존도의 심각성 등 ‘왜’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이러한 문제는 에너지 관리 공단 뿐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교육 전반에 해당하는 한계점이다. 에너지 교육에 관련된 정책이 워낙 적기도 하지만, 그나마 존재하는 프로그램조차 흥미 위주에 그쳐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절대적인 프로그램 수가 모자라는 양적 부족과 더불어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연관시키는 고민이 부재한 질적 부족으로 인해 에너지 교육의 지속성은 담보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5백35개에 달하는 에너지 절약 시범학교를 지정했지만 실효성은 미비하다. 일례로 에너지 절약 시범학교로 지정된 적이 있었던 서울 구암초등학교에서는 “시범학교로 지정된 지는 오래된 일이다. 현재는 다른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과정 외에 따로 마련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라고 입장을 밝혀 에너지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못함을 시사했다.

시민단체의 심층 교육, 재정 지원 확보 절실
한편, 정부의 에너지 교육 정책 중 미흡한 부분은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들을 통해 보강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시민연대는 학교나 단체의 요청에 따라 에너지 강의를 파견 나간다. 전문적인 에너지 교육 전문가를 양성함과 동시에, 강의를 듣는 대상의 연령대와 지식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있는 것. 단순한 에너지 개념과 절약 방법 수준을 넘어서 에너지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환경 문제로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6일 에너지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에서 진행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강좌도 이런 맥락이다. 패시브 하우스란 자연 상태의 태양 에너지 외에는 따로 난방이 없도록 지은 주택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현한 대표적 건축이다. “에너지 위기가 아주 급박한 상황에서 어린이에게 에너지 개념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에너지전환 송대원 간사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기술적인 실현에 대한 심층적 학습까지도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재정상의 이유로 인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100% 회원들의 회비로 해결하고 있는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외에도 대부분의 에너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보조금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 오 팀장은 “정기적인 에너지 교육을 실시하려고 하는 데 자금의 한계가 적지 않다”며 “에너지 전문가도 충분치 않아 인력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여유를 갖고 에너지 교육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에너지 관리 공단에 견학을 왔던 작은 아이들이 어른이 된 날에는 이미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조차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시민단체가 함께 발 벗고 나서 에너지 교육 체계를 정립해야만 다가올 미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