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현 편집장 (kjhjhj1255@skku.edu)

1987년 당시 뉴욕발 전 세계 증시 폭락을 불러온 ‘검은 월요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그것도 우리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연휴의 ‘빨간’ 월요일에. 지난 15일에 들려온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3위인 메릴린치 매각 소식은 우리나라 금융시장까지 불안에 요동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미국 굴지의 보험사 AIG 파산 위기까지 겹치자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가뜩이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비틀거리던 참에 미국 경제의 심장, 월스트리트에서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더 이상 버텨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 정부의 850억달러 구제금융으로 AIG가 겨우 위기를 넘기면서 우리 금융시장도 한숨 돌리긴 했지만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향후 생산·투자 차질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금 현재로 봐서는 실물위기까지 파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는 설익은 낙관론을 펼치거나 “증권·보험·은행의 금융장벽이 잘 쳐져 있는지 다시 봐야 한다”며 조심스레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2의 ‘검은 월요일’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껏 미국식 자유시장을 최상의 모델로 간주해오던 우리의 시장만능주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해보라는 것이다. 사실,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알아서 균형을 잡아 나갈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현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됐고 금산 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은 이러한 행보를 입증해준다. 그러나 이번 금융쓰나미 실태를 보면 ‘큰 시장’이 스스로 ‘작은 국가’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엄연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세계 1백30개국에 7천4백만명이 넘는 계약자를 가지고 있는 AIG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전 세계 피보험자들의 원성과 보험 시장의 유동성 및 신용 붕괴는 불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유주의 자본시장에 정부의 적절한 고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제 18대 정기국회에는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법안을 내놓은 여당 측은 법안 통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미국의 금융위기를 보고 ‘자유주의 시장은 절대 스스로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해야 한다. 무작정 고삐를 놓아버릴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나라 시장이 그 과도한 자율성의 무게를 감당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