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있다. 8월부터 도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고 출판업계도 가을을 맞아 다양한 장르의 문학과 기타 장르 도서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학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문학관에는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찾는 발길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들이 문학관을 좀 더 알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문학관은 92년 부산 해운대의 ‘추리문학관’이 세워지면서 시작하지만 실질적인 역사는 21세기부터 출발한다고 봐야한다. 현재 존재하는 문학관 대부분이 2000년대 이후 건립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김유정 문학관과 만해의 집 등 몇몇 문학관들은 한 해 8만 여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다녀가면서 인기 문학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모든 문학관이 이처럼 수월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C문학관의 경우 부실한 콘텐츠와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시(市)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문학관을 유지하는 정도일 뿐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까지 생각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안내 직원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아닌 지방자치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로테이션 형식으로 임명하는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년 전부터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학기행을 주최해온 김경식 시인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학관은 관청소속 공무원인 경우가 많다”며 “작품 소개를 위해선 전문 큐레이터가 필요한데 예산 부족으로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C문학관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의 문학관 다수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방 문학관들은 지자체의 적은 예산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 탓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이 드러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인 쟁탈 경쟁’이 부른 부실한 예산 책정이 꼽힌다. 지역 대표문인을 성급하게 그 고장에 소속시키느라 짧은 기간 내에 문학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통영시와 거제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유치환 논쟁’을 들 수 있다. 출생지가 불분명한 유치환을 두고 통영시와 거제시는 서로 연고를 주장하며 각각의 지역에 문학관을 건립했다. 이처럼 많은 문학관들이 문인을 선점하기 위해 성급하게 지어져 향후 계획이나 재정과 같은 내실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

또한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사설문학관의 경우에도 관객을 통한 수익구조가 아닌 기금을 통한 운영비 충당이 대부분이라 전문 인력이 충분하더라도 모금액에 따라 프로그램 수준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사설문학관인 영인문학관의 경우에도 관장의 퇴직금을 기반으로 운영할 만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웃나라 일본의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은 경영과 프로그램 운영을 이원화 시킴으로서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내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런 운영 이원화를 통해 토모노카이(友の會)와 같은 문학친목회 등 다양한 문학 관련 아이템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면서 가나가와를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일본문학관의 경우는 그만큼 예산과 시민들의 관심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리랑문학관의 정윤숙 직원은 “예산이 많으면 그만큼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지만 올해 문예진흥기금이 문학관 활성화를 위해 지원한 금액은 단 5억원. 관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 문학관의 현실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추리문학관의 김성종 관장은 “일단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관람객을 통한 수익이 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원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체적인 수익이 있어야 문학관이 일개 관광상품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문학관의 위기는 △예산부족 △운영의 전문성 △시민들의 관심이라는 연결고리를 잇지 못해 생겨난 총체적인 결과다. 그러나 뒤집어 말해 이 고리를 하나하나 연결해 나간다면 널리 퍼진 많은 문학관들이 각종 오락매체에 잠식돼버린 문학계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위기’의 문학관이 ‘기회’의 문학관으로 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