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존 맥밀란, 시장의 탄생
서평: 존 맥밀란, 시장의 탄생
  • 성대신문
  • 승인 2008.09.28 23:13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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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화(‘중국의 역사2’ 강사)

‘시장’이라고 하면 물건을 사고파는 한정된 장소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온라인을 통한 구매와 계좌이체 등이 보편화된 오늘날에서 ‘시장’은 거의 모든 생활 속에 구석구석 파고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에 비해서,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원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인식한다는 것은 의외로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니다.

작년 3월에 애석하게 타계한 응용게임이론의 대가이자 경제학자인 존 맥밀런(John McMillan)은 『시장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서,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특징이 무엇인지를 접근해 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시장의 특징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구매와 판매라는 행위에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책을 온라인으로 산다면, 누구나 그 책에 대한 평판, 내용 등을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면밀히 알아보고 구매할 것이고, 직접 서점에 가서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 사는 알뜰한 구매자도 존재할 것이다. 이처럼 거래라는 행위 그 자체에는 단순히 상품과 화폐가 교환되는 것 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개입되어 있고, 그 정보를 판단하는 행위 역시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이란 화폐, 상품과 함께 정보 역시 순환하고 있는 일종의 네트워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시장’의 형태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또는 국가단위 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알스메르 꽃시장, 일본의 츠키지 수산물시장, 이베이 등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적응하면서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시장을 일종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그 수많은 시장들은 각각 서로 다른 ‘흐름’들을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어떤 시장은 흐름이 빠르고 투명하다면, 어떤 시장은 흐름이 느리고 투명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이는 “인간적인 불안정성을 수반하는 인간에 의한 발명품”이기 때문에, 규약, 관습, 제도 등에 의해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1) 정보의 원활한 유통(정보의 비대칭성), (2) 높은 신뢰성, (3) 경쟁의 촉진, (4) 재산권의 보호, (6) 외부효과의 억제 등의 과제가 놓여있다고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서 각 시장들의 흐름이 결정되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역설하는 저작이 이 책 만인 것은 아니다. 더글러스 노스의 고전적인 저작인 “제도, 제도변화, 경제적 성과”(1990)와 같은 책에서 대체로 이미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이 책만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이른바 ‘신제도주의’가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제도의 완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이며, 이 점이 바로 동아시아에 대한 서구세계의 우월한 장점이라는 식의 논의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로 시장경제가 갖는 수많은 복합적인 요소를 범세계적인 시각에서 논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동서양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교적 공정한 편이다. 반드시 단 한 가지 요소로 인해서 모든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시장’은 절대 악도 절대선도 아니며, 항상 논란을 야기하는 시장과 정부의 관계도 결코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을 역시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점이 반갑다.

한마디로, 오늘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앞으로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저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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