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선영 기자 (sun3771@skku.edu)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한마디 말도 없이 우리를 쓰레기 취급하며 내쫓았다” 이 울분에 찬 목소리는 얼마 전 집단 해고 조치를 당했던 성신여대 청소용역 아주머니의 말이다.
지난 달 그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구두 통보도 아니었다. 지역 생활광고지에 실린 구인 광고에서는 떡하니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성신여대에서 근무할 청소원을 이미 새로 모집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들이 해고당하기 4일 전의 일이었다. 해고 사유는 더 어이가 없었다. 65명의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한순간 거리로 나앉게 된 것은 전국 공공서비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눈엣가시였던 이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새로운 용역 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고용 승계의 책임을 슬쩍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노조 가입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8시간 이상 일해도 월급은 63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 용역업체 현장소장의 횡포 속에서 그들에게 조직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사연에 대한 성신여대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3일 만에 전체 학생의 72%에 달하는 6천5백여명의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했고, 여러 건물들에는 아줌마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포스트잇 부착 운동이 벌어졌다. 대학 등록금 반대 서명운동 때 2천명의 학우들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학생들의 지지에 “성신의 예쁜 학생들 매우 고맙습니다”라는 감사편지가 캠퍼스 곳곳에 붙여졌고, 그들의 아름다운 14일간의 투쟁은 결국 해고됐던 아주머니들의 복직을 이끌어냈다.

이번 사건은 취업과 학점관리에만 매몰된 개인주의적 대학생, 보수화 되어가는 청년층의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주체적 행동을 보여줬고, ‘상식’과 ‘몰상식’의 구분에서 상식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힘이 바로 기성에 덜 물든 우리에게 있다는 희망 또한 보여줬다. 물론 그 중에는 ‘시장경제의 법칙에서 해고가 잘못되었는가?’를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대이윤을 얻기 위해 비인간적 경영은 불가피하다는, 그러한 무책임한 인식 속에서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근로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힌다.

아직도 이 사회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생계유지조차 힘든 임금,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에 매일 자살기도를 하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냉담할 뿐이다. 이런 각박한 현실에서 성신여대 사례는 노사관계에 직접 연관이 되지 않는 제3자, 즉 대학생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기성세대들의 우파·좌파라는 소모적 이념 싸움에서 벗어나 조금만 더 그들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주체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