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인권 대담 - 강신걸(국문03), 서형욱(경제02), 이상현(법학대학원 석사1기), 조현기(경영05) 학우

기자명 김정윤 기자 (kjy0006@skku.edu)

20대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진 고민 ‘군대’.
사실 군대와 관련된 논란은 모병제로의 전환부터 군가산점제도까지, 민감한 사안들로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 앞서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군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인권침해 문제.
“군대 가면 다 그런 거다”, “군대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만연한 상황에서 ‘도대체 왜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번 대담을 계기로 군 인권에 대한 고민이 확장됨으로써 20대 남성의 소중한 ‘1년 11개월’이 무의미한 체념으로 뒤덮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서형욱(경제02) 학우

군대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들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
서형욱(이하 : 서):
인권 문제를 말하기에 앞서, 어디까지가 인권 침해인지 범위를 설정해야 할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반말을 하는 것도 인권 침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상대적일 텐데.
이상현(이하 : 이): 말씀하셨듯이 인권에 대한 견해에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반말과 달리 구타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합의된 수준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범주 내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일반적인 합의 수준이 있다하더라도 군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조현기(이하 : 조): 신병교육대의 조교로서 복무하다 보면, 바깥 생활에 익숙한 신병을 군 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가 통용되는 것은 문제겠지만 충분한 수준의 훈련은 필수적이다. 단, 신병을 교육함에 있어 구타보다는 청소와 같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인권 문제를 구타, 언어폭력에서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과 같은 사상의 제한은 어떻게 생각하나.

강신걸(국문03) 학우

강신걸(이하 :강 ): 60·70년대라면 몰라도 부대에서 △인터넷 △신문 △TV 등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오늘날, 사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발상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군대가 갖는 상징성에 부적합한 사상을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수, 사회학자 등 전문가와 논의하는 충분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다보니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서: 북한을 찬양한다거나, 우방국가인 미국을 배척하는 서적을 군대에서 읽는다는 것 자체가 군 복무 중인 군인의 태도로서 모순이라고 생각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군대 존재의 근간과 배치되는 사상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다.
이: 국방부 발표 후 불온서적을 판매하는 마케팅이 오히려 유행했고, 불온서적으로 선정되지 않은 작가들은 ‘왜 내 책은 빨갛지 않은가’라며 불만을 가졌을 정도라고 한다. (웃음) 이는 책 한권을 금지 한다고 그 사람의 사상까지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경이 휴가를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군인은 정치의사 표현의 권리를 제한받아 마땅한가. 

조현기(경영05) 학우
서: 전투복을 입고 정치 참여를 하면 대표성을 띤다는 이유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휴가 기간 동안 군의 기반과 상충되는 정치적 사상을 표출했을 경우, 복귀 후에 명령을 수행하며 잘 적응할 수 있겠나. 정치 참여를 개방적으로 허용하다보면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조: 군인으로서의 신분이 오용될 우려가 있는 것도 맞다. 군인의 개인적인 정치 참여가 부대에 끼칠 영향 때문에 제한할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군인도 국민이고 시민인 만큼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제한은 완화돼야 하지 않을까.

복지 문제도 인권 침해의 또 다른 단면으로서 지적될 수 있을 듯한데.
강: 군 복무 중 식당, 부사관 및 장교 숙소 관리 등 복지를 담당했었는데 대표적으로 ‘먹거리’ 문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조류독감 파동 후 실제로 세 끼 모두 닭으로 나오기도 했다.(웃음) 일방적으로 국방부가 구매·조달을 전담하는 상황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외부업체가 관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 얼마 전 초소가 무너져서 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 국방부가 군내 복지는 물론 생존과 관련한 시설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 미흡한 것 같다.

‘복지 향상으로 편안한 여건이 되면 오히려 해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상현(법학대학원 석사1기) 학우

조: 학생들도 장학금이라는 성과제가 있을 때 더 열심히 공부한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무분별한 복지는 분명 문제가 있겠으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오히려 복지 개선이 필요하다.
서: 복지 개선이 되지 않는 이유로 정신적 문제가 꼽히기도 하지만,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인 것 같다. 82년도 생산 물자인 수통을 새로 보급 받았을 정도로 아직도 70·80년대에 확보된 물량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군 인권에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나.
조: 신병교육대에서도 부대 내 인권 상담사를 배치하는 것처럼 훈련병의 인권 신장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한다. 그러나 정작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 같다. 제도 마련도 필요하지만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이: 인권 침해 사례가 있으면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부대에 권고 결정을 보내기는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 부대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군대의 폐쇄적인 특성상 투명한 수사가 어려운 만큼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외부 제도가 필요하다.

인권 문제를 군 외적으로 확장했을 때, 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강: 아는 분 중에 여호와의 증인이 있는데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다. 단순히 ‘군대 가기 싫어 변명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을 듯하다.
서: 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강제로 군 복무를 시킨다 해도 그들이 군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차라리 대체복무를 하도록 허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다만 악용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현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대 가기를 꺼려하는 주된 이유처럼 ‘사회와 분리되는’ 특성이 아니라 ‘총을 들고 살생하는’ 특성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이를 명확히 하는 수준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군내 동성애자들의 차별도 군 인권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서: 동성애자들의 차별은 군대의 특수성 때문이기 보다는 그들이 사회에서도 차별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비롯되는 문제라고 본다.
이: 국방부에서는 ‘병역 내 동성애자 관리 지침’이라는 것을 마련했는데 여기서 동성애를 질병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남성들 사이의 성관계를 ‘계간죄’ 즉, 짐승 간의 교미정도로 비유하고 있기도 하다. 군대가 남성들만의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차별적 대우는 개선돼야 한다.

군대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강:분명히 조직에서의 생존력이나 사회 경험을 통한 적응력이 길러지기는 한 것 같다. 다만 이것이 ‘올바르게 이뤄진 사회화’ 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얼마 전 강의석 군의 누드 시위를 두고 ‘군대부터 갔다 오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물론 강 군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 복무 여부보다는 그 사람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중시해야 하지 않을까. 군필/미필의 여부가 사고의 진전에 장애가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진: 이가은 기자 hello212@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