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경제)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주택담보대출) 위기에서 출발한 미국의 신용경색위기는 결국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도산 및 금융시스템의 붕괴위기로까지 치달으면서, 지난 30년대의 대공황에 대한 기억과 함께 세계경제전체에 대한 충격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를 맞이하여, 미국의 세계경제패권이 종식됨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종언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도대체 누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전 세계인이 이 같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이러한 여러 질문들에 답은 결국 이번 미국경제불황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작금의 미국경제불황과 그에 따른 세계경제의 동반위기국면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위기에서 촉발된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전반적인 미국금융시스템의 위기로 확산되면서 초래되었다. 즉,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부동산투자열기가 확산되면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부동산 담보대출이 부실채권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금융기관들이 조급하게 부동산 담보대출의 회수 및 엄격한 신용관리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자 부동산 가격의 급락과 함께, 부실채권의 규모는 급속히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주택담보대출 관련한 금융상품의 감독체계의 허술함에서 초래된 신용위기가 미국경제전반에 걸친 신용경색으로 확산되면서, 실물부문의 위축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에서 시작된 금융경색은, 결국 과도한 투기적 거래에 의존해오던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들의 문을 모두 닫게끔 하는 대공황 이래 최대의 미국내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의 거품형성과 그 뒤를 잇는 거품붕괴에 따른 경제위기는 민간투자자들의 합리적 투자전략으로서의 “집단적 행동 (Herd Behavior)”을 고려하면, 일견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저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30년대의 세계대공황을 겪은 후, 뉴딜정책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총수요관리정책을 통하여 주기적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처럼,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거품 붕괴 후에 나타나는 신용경색과, 또 그에 의한 실물경제침체에 대한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그 해법도 점차 명확해져가고 있다.

자산시장에서의 집단행동(Herd-Behavior)에 의한 거품확산을 방지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거래비용을 높여주는 외환거래세나 주식거래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세의 도입은 금융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정부가 나서서 반대해왔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정책은 이러한 자산시장에서의 거품의 확대재생산을 막기 위한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이다. 즉, 이번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의 출발점은 무분별하게 부동산담보대출을 제공하여, 부실 부동산채권확산에 따른 신용경색이었다. 따라서, 무분별한 과잉 부동산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감독기능이 작동하였다면 이러한 부동산거품도 억제되었을 것이며, 신용경색의 원인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미국정부는 여러 논란 끝에 미국의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으며, 감독강화방침도 발표하였다.

최근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7천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구제금융조치가 미국경제의 추가부실로 이어지지 않는 유일한 길은 투기적 거래에 의한 시장불균형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미국금융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즉 투기적 금융거래를 통하여 부실채권을 남발한 투자은행과 금융감독의무를 소흘히 한 정책당국에 대해서는 엄격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 구제금융이 도덕적 해이를 확대재생산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전체의 실물경제까지 위기로 몰아넣은 투기적 금융거래에 대한 자유방임정책의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미국정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부가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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