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체험‘상상원정대’)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상상력’ 이야기 하나, 총학생회에서 주최한 ‘2008 해외문화체험’의 미션 중 하나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가이드를 체험하고 높아진 한국어의 위상을 느끼는 것이었다. 미션 수행일 아침, 루브르 박물관 앞에 집합한 우리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 가이드 신설은 단지 ‘한 사람’의 발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기업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시작된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의 발상으로 시작된 일이라고 하니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에는 수많은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가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곳에서 한국어 가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광경을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일본이 대단하긴 대단하네.”, “우리나라,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지만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 가이드를 제안했다는 그 ‘한 사람’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말은 없는가. 유럽의 박물관에 한국어가 포함될 수는 없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박물관에 한국어 가이드가 당당하게 설치된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는 단지 상상 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방법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끝에 ‘대한항공’의 후원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이루었다!

‘상상력’ 이야기 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시 한쪽에는 100년이 훌쩍 넘도록 지어지고 있는 건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다. 구엘 공원, 카사밀라 등 독창적인 건축세계를 구사해 온 천재건축가 가우디가 생애의 마지막 15년을 이 성당건축에만 쏟아 부었다고 하니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예술에 전혀 조예가 없는 우리들에게도 이 성당은 무척이나 독특하게 보여졌다. 우리가 여행 중에 보아온 숱한 유럽 성당의 모습들과는 차원이 다른 창조성이 엿보였던 것이다. 성당 앞은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직 채 지어지지도 않은 기괴한(?) 건물하나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 성당을 올려다 보고는 환호하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무려 120여년 전에 존재했던 한 사람의 상상력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동일하게 감명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상상력’ 이야기 셋, 적막한 도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는 8월 한 달동안만 시끄럽다. ‘에딘버러 페스티발’이 8월 한 달간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기 때문. 그 중에서도 에딘버러를 가장 시끄럽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프린지 페스티발’이다. ‘프린지 페스티발’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공연 예술인들이 집합하여 자신들의 끼와 실력을 발휘하고 검증받는 공연문화 예술축제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런 선별과정이나 심사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상상원정대’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상상력’을 ‘원정’하기 시작했다.

도시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난장판’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곳에는 그 어떤 ‘틀’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곳에는 ‘전통’과 ‘현대’의 틀이 없었으며, ‘동양’과 ‘서양’의 틀이 없었다. ‘배우’와 ‘관객’, ‘무대’의 틀이 없었으며, ‘인종’의 틀이 없었다. 서양 고전희곡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한국 예술인들에 의해 현대무용으로 해석되어 상연되고 있었으며, 한국의 전통 솟대 공연은 수많은 서양인들에게 환호 받고 있었다. 길거리 공연은 정해진 무대가 없다. 길 한복판에서 누군가가 손짓, 발짓하며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그 주위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든다. 또한 관객은 어느새 무대 속으로 들어가  다른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배우가 되어있다.

‘난장판’ 일색의 낮선 도시에서 우리는 넘치는 에너지와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졸업’과 ‘취업’이라는 별다른 목적도, 의미도 없는 공허한 ‘틀’속에 나 자신을 가두고 살았던 고국 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틀’을 깰 때 ‘상상력’은 발동한다. ‘동·서양’과 ‘인종’을 초월한 전 세계 사람들이 환호할 만한 그런 ‘상상력’이 말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루브르박물관 한국어가이드’처럼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처럼 세대를 초월하여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해본다. 우리 성균관대학교 캠퍼스가 1만6천 성균인들의 상상력으로 넘치는 에너지와 자유를 발산하는 새로운 ‘에딘버러’가 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