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찬 기자 (sansiro@skku.edu)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5%의 경제학부 학우가 수업환경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외쳤고, 67%는 글로벌경제 신설이 기존 학부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답했음에도 글로벌경제는 신설됐다. 신설학과가 지나치게 실용학문으로 치우쳐 학문적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학교는 글로벌경영이 성공적이라 말한다. 일각에서 로스쿨 준비반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자유전공학부는 법대의 빈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지난 2006년 반도체시스템공학부로 시작된 이 거센 파도 앞에, 기자는 떨고 있다.

입시 배치표에 나란히 위치한 S,K,Y,성,서,한. 이들의 싸움은 전체 수험생 50만명 중 상위 2%인 1만명을 누가 더 많이 데려가느냐의 싸움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성’이 꺼내든 칼날이 바로 ‘先집중 後확산’이다. 先집중의 효과는 지표상으로 드러난다. 민사고, 외고, 과학고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을 더 많이 맞이했고, 우리 학교는 배치표에서 한 단계 상승했으며, 대학 서열의 계단을 차츰 밟아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캠퍼스에 들어왔다면 숫자놀음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학우들도 서열에 집착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학교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윗 순위로 올라가고, 첫 손에 꼽는 명문으로 자리하고,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이 된다면 과연 대기업에서 모셔갈까?

아니다. 수험생이 아닌 대학생인 그대에게 학교의 서열은 모자란 자부심을 위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대학 서열과 그를 기록한 배치표가 아니라 우리 강의실, 교수님, 동아리방의 지금을 바라봐야 한다. 당연히 받아야할 권리들이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 그 행방을 쫓아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 성균관의 자부심은 순위 상승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낸 자신의 권리로부터 깨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생각해보자. 언젠가 나타날 後확산이 인사캠 모든 학우에게 글로벌경영의 혜택을 나눠주고, 자과캠 모든 학우에게 반도체시스템공학부의 혜택을 나눠줄 때, 그 때는 또다시 새로운 명품학과가 생기지 않을까. 그 때도 後확산을 기다리고 있을그대의 모습이 딱하다면, 바로 지금부터 조금만 더 치열해지자.

“마지막으로 이번 신설학과 연재로 인해 또다른 상처를 받은 성균관의 학우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대와 그대의 후배들을 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