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또 한 차례 고시원 방화 및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원래 고시원은 칠팔십년대 젊은이들의 희망이 자라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가난하기 때문에 그나마 잡다한 단순일용직이라도 구할 수 있는 서울에서 버텨야 하는 가난한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의 잠자리가 된지 오래되었다. 사실 그곳은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 매우 열악하고 삭막한 공간이지만 이마저도 유지하지 못하면 거리생활을 해야 하는 빈곤자들의 마지막 잠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절망을 품은 사람들의 은신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고시원 방화 및 살인 사건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피해자 유족들의 슬픔과 피의자의 정신 감정까지 예의 사건들과 다름없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세상을 비관한 피의자의 살인 동기와 고시원에 살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및 유족들의 어려운 집안 사정 등이 보도되고는 하지만 피해자와 피의자에 집중하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 주거권의 문제로까지 이어가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물론 한 개인의 반사회적 성향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주거공간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 때문이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인 쪽방지역과 달동네 등을 뉴타운이라는 장밋빛 아래 놓음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는 줄어들고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올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꺾고 있다.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2008년 10월 6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주거의 날’ (World Habitat Day)이다. 1985년 UN은 우리가 처한 세계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래 우리 자녀들을 위한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고자 ‘세계 주거의 날’을 지정했다. 현재 16억의 인구가 살기에 부적절한 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해비타트는 ‘세계 주거의 날’을 기념하여 모든 인간은 깨끗하고 안전한 거주지를 가질 권리가 있음을 선포하고 있다.

전 세계 빈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빈곤계층은 10억 명에 이른다. 그들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그중 6억 명은 너무나 불결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일년 내내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들에겐 주거문제가 생명과도 직결되고 있다. 한국은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고 100만 채의 집이 남아돌지만 전국 1,600만 여 가구 가운데 약 40%인 600만 가구가 아직도 전세, 월세 집에 살고 있으며, 이들 무주택 가구 가운데 250만 가구는 정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3인 가족 기준 전용면적 29㎡, 방2,부엌) 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인 비닐하우스, 쪽방, 반지하, 옥탑방, 동굴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화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숙박시설이 갖춰야 할 기준에 대한 규정마련과 화재 예방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노력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되풀이되는 화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과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힘으로는 ‘적절한 주거’를 확보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언제 화재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곳에서 계속 거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계속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점유의 안정성이 확보된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를 영원히 가질 수 없는가? 이 절망적 물음을 출발점으로 해서 이번 사건을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재와 그로 인한 죽음에 접근할 때, 화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적절한 주거에서 살 권리’인 주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03년 7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되었지만 최소주거기준 미달가구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경제적 소수자에 포함돼 있는 대학생에게도 마찬가지 문제다. 실제로 고시원 방화, 살인 사건 피해자의 상당수가 대학생이었다. 학문에 정진 할 수 있는 환경조성 특히  경제적 어려움 극복과 안전성이 보장된 대학생들의 주거공간 확보에 정부는 물론 대학당국들의 지속적이며 적극적 노력과 실천이 매우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