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젊은이들이라면 매달 14일에 골머리를 썩어본적이 한두번쯤 있을 것이다. 데이를 무시하자니 유행에 소외된 것 같고, 참여를 하자니 만만치 않은 지출이 기다리고…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데이문화는 항상 논란거리가 돼왔으며 상업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데이문화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형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아직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남아있는 day 문화. 모두의 축제가 되기 위해 남아있는 과제들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풀어 보기로 한다.

데이문화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비판적으로 그 저울추가 기울어져 있다. 키스데이, 뮤직데이, 포토데이…… 근본없는 데이문화의 범람으로 인해 대중들은 ○○데이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 청소년들은 특정 데이 때마다 평균 2만원씩 이성에게 돈을 쏟아 붓고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유리한 데이를 만들까’에 골몰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은 데이문화의 의미를 믿지 않기 시작했다. 과연 데이문화가 비판만 받을 상업적 마케팅의 사생아일까?

우선 한국의 데이문화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데이문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문화는 특정한 날과의 연관성과 사회 공통으로 인정할 수 있는 매개체를 기초로 한다.

그래서 외국의 데이문화를 살펴보면 성인(聖人)의 기일이나 이주민의 정착일 등 역사를 근거로 한 경우가 많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분명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즐기는 데이문화로 인정받는다. 또한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날이니 만큼 반드시 공익성이 포함돼 데이의 의미를 뜻깊게 한다.

그러나 한국의 데이문화를 살펴보면 날짜와의 연관성은 물론이거니와 근거조차 찾기 힘든 데이가 수두룩하다. 청소년들이 반드시 지킨다는 Fourteen day(매월 14일에 정해진 데이문화)만 살펴봐도 날짜와의 연관은 발렌타인데이인 2월 14일과의 관련성뿐이며 그 태생조차 불분명하다.

또한 사탕이나 와인등 특정 물품의 소비를 장려하는 데이가 대부분인 점을 봤을 때 상업적인 목적이 개입돼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원래 발렌타인데이의 교환 물품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었던 것을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의 데이문화와는 달리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들만 데이 문화를 향유할 뿐 사회 전체가 데이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데이문화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익성’ 또한 포함될 여지가 사라진다. 그렇지만 단기간내에 인위적으로 역사적 근거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한국의 데이문화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국만이 가지는 독특한 연관성이 데이문화의 근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숫자의 발음이나 모양과 매개체의 연관성이다. 1004데이나 가래떡데이(11월 11일)와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날짜와의 연관성을 쉬이 찾을 수 있고 역사적 근거를 기초로 한 서구의 데이보다 기억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물론 ‘꿈보다 해몽’식의 데이문화가 남발할 여지도 존재하지만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수단의 존재만으로도 한국적 데이문화의 발전 가능성은 힘을 얻는다.

한동안 일방적인 비판에 시달렸던 한국의 데이문화. 그러나 상업적 마케팅이라는 그늘에 가려 데이문화의 기능을 간과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한국적 데이문화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구니 속에 담긴 과일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