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수영 기자 (geniussy@skku.edu)

사람들이 말하길, 전쟁터를 취재하는 종군기자는 폭탄이 터질 때 남들은 다 도망가도 저 혼자 그 속으로 들어가는 직업이라고 한다. 그랬기에 종군기자는 어떠한 전투적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과 더불어 전쟁에 관해선 어떠한 정보도 놓치지 않겠다는 독기와 열정을 품은 모습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미 정부의 탄압으로 해고당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미국 언론 최초로 전시정부에 반대하고 군사 지휘를 지적했던 미국 종군기자 피터 아네트의 용기처럼,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군대 문화에 익숙한 우리 정부에 의해 이라크 취재를 온전히 마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만 했던 김경민 PD의 간절한 호소처럼 말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기자를 향해 수줍게 다가오는 태상호 종군기자의 모습은 전쟁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친근한 학교 선배에 가까웠다. ‘요즘 학보사는 어떠냐’고 묻는 모습이 전쟁터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기자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런 침착함과 따뜻함을 가진 그는 자신을 ‘군사에 관심이 많은’ 휴머니즘 종군기자라고 말한다. 언뜻 들으면 모순적이다. 휴머니즘이라 하면 군대와 군사병기, 전쟁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종군기자를 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우리나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였다고 한다. 이에 고민한 결과 ‘우리 스스로 강한 나라가 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직접 겪은 분쟁지역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같은 힘없는 나라에서 얼마나 끔찍한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온전히 알려 우리나라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갖추는데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 그가 종군기자를 하면서 갖게 된 ‘그만의 휴머니즘’이다.

‘전쟁이 없어지면 우린 굶어죽겠다’며 농담조로 말하던 독일 동료 기자에게 ‘절대 그럴 일 없다’며 대답한 그다. 삶 자체가 전쟁이라고, 아직 봐야할게 더 많다면서 말이다. 아직은 지원도, 능력도 부족하다며 손사래 치지만 미래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 그곳’을 들추며 힘닿는 데까지 해나가겠다는 그는 이미 온갖 전쟁으로 판치는 우리네 삶을 진정으로 볼 줄 아는 ‘본격적인 휴머니즘 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