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소비자가족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몇 년 전 가족관계교과목을 수강한 남학생이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결혼 꼭 해야 하나요?”라는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가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 들어본 즉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방 얻어 자취하고 있는데, 방은 부모님이 얻어주셨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벌어 쓰는데,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보니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서울로 유학 보낸 부모님은 당연히 취직은 될거라 믿으시고, 군대까지 다녀왔으니 취직하는 대로 장가가라고 하신단다. 남자가 혼자 밥해먹고 다니는 것이 궁상맞다고 하시면서…

그러나 정작 본인은 생각이 다르단다. 지금처럼 혼자 사는 데는 원하는 일 해가면서 조금만 벌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데, 결혼하면 돈 버는 데 전념해야하니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결혼한다고 해서 편해지는 것만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결혼 꼭 해야 하나요?”라는 의구심이 생겼다고 한다.

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미혼남성들의 결혼연기 이유 중 경제적 이유(결혼비용 부담이나 수입 또는 고용불안정 등)가 전체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남녀평등 운운 하면서도 아직까지는 가정생활을 위한 소득은 남자들의 몫이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졸업 후 대부분 취업이나 진학을 원하는데, 결혼은 취업이나 진학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가까운 장래계획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위 보사연의 같은 조사에서 미혼여성의 결혼연기 이유는 의무와 역할이 부담스럽다는 경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여학생들의 생각을 증명해주는 자료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자아실현의 한 방법으로 직업을 선택할 경우 결혼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결혼 그 자체가 방해된다기 보다는 결혼 후에 이어지는 자녀출산과 양육, 그리고 직업 활동과 가사수행의 다중역할이 문제인 것이다.

위와 같이 남녀 모두 결혼에 대하여 부담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 2005년 인구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60세 이상 사람들의 미혼율을 산출하면 남녀 각각 0.22%, 0.25%뿐이다. 다시 말하면 60세가 될 때까지 99.8%정도의 사람들은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으나 결혼을 한다. 또한 동서고금을 통해서도 결혼유형의 차이는 있어도 결혼 그 자체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왜 그럴까? ‘결혼 부담’보다도 더 크게 작용하는 긍정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긍정적 효과로는 결혼을 통한 가족집단에서, Maslow나 Glassor가 말하는 인간의 기본적 요구들 중 하나인 소속이나 사랑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떤 철학자는 ‘결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 것도 안하고서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으나, 무엇이라도 하다보면 성과가 있을테니까. 결혼도 잘 살다보면 후회보다 횡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가족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기관이 많아지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통한 횡재는 더욱 가능해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가 그러한 기관이고, 가족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의 부부 및 부모교육이나 가족상담 또한 결혼의 긍정적 효과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쪻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