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사복0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총학생회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하기에 간지러운 부분이 많이 남는다. 등록이 끝나고 선거운동 기간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는 공약집, 만나기 어려운 선본의 모습. 선거 기간임을 짐작하게 하는 것은 이따금 보이는 대자보 몇 장과 저녁 6시 600주년 앞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정도이다. 학생회가 어렵고 학생사회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미 90년대부터 나왔던 이야기긴 하지만 2년째 외로운 단선으로 선거를 치루고 있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라는 서글픈 질문마저 든다. 고인 물, 활기가 넘치지 않는 조직의 앞날이야 뻔한 것이라고 숱한 역사가 말해주었는데 말이다.

 학생회에서 선거란 무엇인가? 우선 나는 학생사회의 학생회와 기성사회의 정치와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학생회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학생의 조합조직이며 학생회의 선거라는 것은 그 조합조직의 모든 의제들을 가지고 논의하며 씨름해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정치에서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의 구분이 ‘사실상’ 명확한 것과는 다르게 학생회 선거에서는 그 책임이 구성원 모두에게 있으며 모든 구성원에게서 출발해야 정당함을 인정받는다. 하기에 다른 투표와는 다르게 ‘50% 이상의 투표율’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도 대표성을 최대로 획득하기 위함이다. 하기에 학생회 선거는 관심이 있는 소수만의 참여나 사건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요즘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러한 원칙들이 지켜지고 있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학교들에서는 50%투표율을 지키지 못해 선거가 무산되었던 웃지 못 할 사건들이 있었고,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어느 학생회 소속인지도 모르곤 한다. 소위 학생회를 ‘하는’ 사람들조차 이 원칙에 대해서 무관심하기도 하다. 50%의 투표율을 채우기 위해 커피를 나눠주는 모습이 오늘의 대학이다. 이러한 원칙부터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나 고민이 없다면 학생회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멋들어진 선본명 하나와 예쁜 후보사진, 눈에 확 띄는 공약이 학생회를 만드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선거가 풀이 많이 죽어있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또 하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명륜과 율전의 공동 후보 제도가 있다. 소위 ‘메이트 제도’ 라고 불리는 이것은 다른 학교와 다르게 우리학교에서는 명륜과 율전의 4명의 후보가 하나의 선본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연합동아리 활동이나 성균관 양 캠퍼스의 교류가 활발할 때야 어렵지 않았던 이 규정도 이제는 학생회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는 규칙이 되어버렸다. 혹자는 이것이 명륜과 율전이 하나라는 근거라고도 한다. 하지만 현재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질 수 없는 규정이 되어버린 것을 붙들고 있는다고 명륜과 율전이 하나 되는 날은 요원해 보인다. 목적과 도구를 제대로 구분하는 현안이 학생회를 다시 학생회답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학생회의 상도, 역할도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회가 학생들로부터 시작하고 그 속에 있는 조직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달라지지 않는 원칙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자치조직이며 조합조직이다. 학생회의 힘은 학생으로부터 나온다는 뻔한 말이 그저 뻔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조합조직은 스스로의 재정과 선거절차, 운영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학생회가 학생회다울 수 있는 것은 멋진 축제도 시험기간 햄버거도 아닌 학생들과의 관계맺음 그 자체이며 그곳에서부터 발생하는 힘이 학생회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회를 하는 사람 스스로에게도 학생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져가는 지금에 희미한 언어를 주어 담으라 촌스러운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한 끝없는 고민, 잊혀지는 것에 대한 기억의 싸움이 지금에라도 다시 학생회를 세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