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11월 13일 2009년 대입 수능이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입시철을 맞았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 계속될 것이다. 과거에 비하면 입시체제가 많이 유연해 졌음에도 여전히 원하는 대학에의 입학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학벌지향적 풍토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의 힘이 ‘인재’에, ‘교육’에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이력이 회자되면서, 학창시절의 방황과 일탈을 극복하고 오늘날 미국의 대통령으로 우뚝 선 그를 만든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학생개인의 잠재력을 높이 산 미국의 교육제도와 학생선발시스템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우리의 교육제도 하에서라면 과연 이러한 역전의 드라마가 가능했을까? 내신이 강조되면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치러지는 모든 시험이 대입에 결정적 지표가 되어 늘 시험과 성적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의 학생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는 여간해서 주어지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입시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미국의 교육제도를 참고하여 지난  해부터 시행한 제도가 바로 ‘입학사정관제’이다. 우리대학도 도입하기로 한 이 입학사정관제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공정성, 일관성, 도덕성을 전제로, 학생선발의 획일적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소질, 가능성 등의 다양한 특성을 포괄적으로 고려(comprehensive review)하는 접근을 하게 된다.

새롭게 도입될 이 입학사정관제에 대하여 학생평가 및 선발의 방법을 다양화하고 성적이라는 잣대로 한 줄 세우기를 해 왔던 경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인정되나, 이 제도가 정착된 미국의 교육환경과 우리의 상황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발생가능한 문제의 심각성 또한 매우 크다고 하겠다. 미국의 경우 소위 아이비 플러스로 불리는 대학들을 비롯하여, 경쟁력있는 교육의 질을 제공하는 대학들이 셀 수 없이 많고 각 전공영역에 따라서도 특성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 그 입학의 기회가 매우 다양한 반면, 우리의 경우, 이미 수험생의 수가 대학입학정원을 밑돌고 있어 일부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누구나 입학하기를 원하는 대학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기에 학생선발의 접근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생의 잠재력이나 남다른 자질 등은 정량화하기 어려워,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과 직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에 평가의 준거와 공정성의 측면에서도 대학과 수험생, 일선 학교, 교사,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들간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한,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진통이 예상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입시의 특수성과 사회의 분위기 등으로 인해 왜곡되거나 좌초되는 사례를 무수히 접해왔기에, 우리대학만이라도 선도적 입장에서 이 제도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우리대학의 교육이념과 추구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선발의 준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