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이 명함을 보세요. 가장 아름답고 균형있게 보이도록 1:1.6의 황금비율이 사용됐지요. 또 제가 지금 마시는 커피 잔의 모양에도 수학적 원리가 숨어있답니다”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동문(수학83). 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모든 사물이 수학의 얼굴이 덧씌워지니 주위가 달라보인다. 차가운 얼굴이 아니라 친숙한 얼굴로.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신화 속 수학 이야기> 등의 책으로 수학 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수학의 묘미를 알려준 이 동문. 그는 타짜의 비밀, 수식으로 풀어낸 사랑 등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아 톡톡 튀는 말투로 설명해 준다. 수학의 친숙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 학교 대학원 재학 중 수에 얽힌 외국의 글을 읽는 데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수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수집하고, 새로운 사례를 찾는 데에 골몰하게 됐죠”

재기발랄한 그의 저술은 그가 범상치 않은 대학생활을 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 학교 수학과 재학 시절의 이 동문은 평범한 대학생 그 자체였다고. “‘일통이반’이라고 1교시 수업 시간 전 지하철 열차의 1-2칸에 항상 모이던 동기들의 모임 아닌 모임이 있었죠. 그 동기들과 과내 어려운 친구를 합심해 돕기도 하고, 봉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랬답니다.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남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할 때 당구장에 있었다는 것 정도?” 언뜻 들으면 놀기만 했던 것처럼 들리지만 만 27세 이른 나이에 전임교수가 된 그다. 학문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고찰의 모습을 바탕으로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노력했다던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기 전까지 좋은 논문 50편을 써야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정했었죠. 그런데 수학을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하는 저술이 폭발적 반응을 얻다 보니 약간 추가 다른 쪽으로 기울어졌달까요. 이젠 좋은 책 50권을 쓰는 것이 새로운 목표입니다”

학문을 하는 교수로서, 또 대중들에게 수학을 쉽게 소개하는 저술가로서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소위 ‘투잡족’이라고 일컫는 이 동문이지만 수학에 대한 애정은 양분되지 않고 온전히 하나로 흐른다. “순수학문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때지만, 수학은 모든 응용의 기반이 됩니다. 흰 쌀밥을 짓는 법을 온전히 알아야 여기에 콩을 넣고, 팥을 넣는 것처럼 새로운 시도도 하는 것이거든요. 최근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이라든지 이런 개념이 수학에서는 이미 이론적으로 백 년도 전에 밝혀진 것이기도 하구요”

세상이 온통 ‘수학밭’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이광연 동문. 수학에 대한 애정어린 눈으로 모든 현상을 대비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에 삼국지에 담긴 수학을 풀이한 회심의 역작을 탈고했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 그. 끊임없이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그의 기분 좋은 열정을 닮고 싶어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대학교 4년은 너무 짧고 금방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 공부하는 시기에 진짜 인생이 결정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코피 터지게’ 충분히 공부하고 1인자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