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수줍은 봄의 상큼함에서부터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의 노래까지, 섬세한 선율에 담긴 이야기는 변화무쌍하다.

우리 학교 자과캠에도 이런 고전 음악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음악에 취하는 곳, 음취헌이다. 고전음악과 자과캠의 조합이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피타고라스는 △음악 △수학 공식 △천체 운행 사이에서 동일한 구조를 발견했다. 또 그의 이론이 곧 음악 이론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면 자연과학과 음악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다.

‘음악을 통한 성균인의 정서 함양과 고전음악의 재조명 및 보급’을 목적으로 1987년에 세워진 학생자치기구인 음취헌은 공대생들이 문화와 거리가 멀다는 편견을 깬다. 문병철(신소재07) 실원은 음취헌에 대해 “이공계열 전공 공부에만 몰두하다 보면 듣기 어려운 클래식을 감상하고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들은 매년 5월 음악 찻집, 10월의 영상 음악회 등의 행사를 통해 고전음악의 매력을 학우들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음취헌 20주년을 맞아 학우들과 함께 KBS 클래식 FM의 실황음악회 방송도 치러냈다.

음취헌에서는 학우들의 신청곡을 받기도 하지만 실원들이 돌아가면서 선곡해 준다. 따라서 매주 한 번씩은 스터디를 통해 고전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고. 이처럼 실원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클래식에 해박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고등학교 때 들었던 클래식 곡의 막연한 감동을 안고 음취헌의 문을 두드린 경우가 많다. 문충만(물리07) 실원은 “지휘자나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180도 달라진다”며 클래식의 매력이 끝이 없음을 역설했다.

그러나 음취헌의 뜻깊은 노력이 잘 뒷받침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음취헌 운영실엔 LP 2천 8백여 장, CD 6백여 장의 음반이 구비돼 있지만 20년 역사를 함께 한 오래된 음반들이 대부분.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새로운 음반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사비를 터는 형편이다. 이 외에도 지난 여름 왔던 비로 천장에 물이 새 LP판이 젖는 등 여건이 그리 좋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실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학우들의 관심이다. 이정진(화공07) 실장은 “많은 학우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지난 주 내한공연을 가졌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클래식 음악은 모든 사람들, 특히 젊은층에게 향유돼야 한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음취헌에 들러 ‘음악은 잠들지 않고 꾸는 꿈’이라는 글귀를 귀로, 마음으로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