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선영 학술부장 (sun3771@skku.edu)

요즘 버스 너무 불편해. 좌석도 옆으로 되어 있어서 불편하고 개수도 몇 개 없어서 항상 서서 가야된다고” 누구나 한 번쯤 토로해봤을 불만이다. “아무리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라지만 너무 불편하잖아. 장애인들은 별로 버스 타지도 않는데 굳이 이렇게 만들 필요가 있어?” 버스 안에서는 실제로 이런 대화들이 오고갔다.

그런데 저상버스를 만들어봤자 타는 장애인들이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주로 버스를 타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대. 이 지옥 시간대에는 건장한 청년들도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야 겨우 한자리 끼어 탈 수 있는데 장애인들이 이들의 힘과 스피드를 뚫고 버스에 오를 수 있을까. 게다가 저상버스라고는 해도 버스 출입문의 턱은 바닥에 붙어있지 않고, 받침대가 내려오지도 않는다. 버스에 탑승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쁜 승객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은 뻔한 사실이다. 그래서 장애인 직원이 많은 직장의 경우에는 출근 시간을 10시로 바꾸기까지 한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그 숫자가 너무 형편없어 한국이 저상버스를 도입했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 번 타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 하기에 로또버스라고도 불린다. 그나마 서울시에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과 같은 조례를 제정해 2013년까지 50% 이상의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명시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엔 이런 조례가 없다. 우리가 그들을 저상버스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장애인이동권에 대한 제도가 여전히 허울뿐이기 때문이었다. 저상버스 도입에 따른 도로개선사업은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고, 높은 유류비 부담을 이유로 민간업체가 추가도입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은 앞으로 진행될 저상버스 도입이 또다시 그림의 떡인 전시행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만 낳고 있다.

지난 4일은 16번째를 맞이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축하 메시지가 무색할 만큼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에겐 가장 슬픈 날이었다. 그들은 또다시 차가운 서울시내 거리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고 있었다. 최근 국회가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장애인 관련 예산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처절하게 싸워 쟁취한 장애인이동권,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식 개선 등의 성과마저 희미해지려 하고 있는 상황을 가만히 앉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사회당은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명박 정부가 고소득층에겐 감세정책이란 선물을, 그러나 장애인과 사회 약자에겐 복지예산 삭감이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날’, 경찰과의 격한 대립은 여전히 발생했고, 일부 참가자들이 연행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커피메이커, 우산꽂이, 비디오카메라 등 청와대 물품구입 내역만 14억이라는데, 세상이 어렵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세상의 모든 어려움의 무게들은 산더미처럼 불어나 장애인들과 사회적 약자들만을 짓누른다. 이에 더해 장애인 시설에 대한 이해 없이 불편함만을 외치는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에 오늘도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은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