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소진(사학 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2009학년도 성균관대 전기대학원 입학전형에서 지원자 수가 극히 적은 학과는 아예 전형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성대생들이 많을 것이다. 지원자가 박사 1명, 석사 3명 이하인 경우에는 아예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피해 학생은 모두 12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BK21사업 학과에는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재정수입을 최대화하기 위한 소수학과 폐쇄인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는 그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부생으로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요 몇 년간 우리 학교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시작으로 핸드폰공학과, 글로벌 경영, 글로벌 경제 학과를 신설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해 놓은 상태이다. 대학원 전형을 거부당한 인문학이나 순수공학에 비해 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학과들이다. 이러한 추세를 지켜보며 교육마저 자본주의 질서에 편입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대 이윤을 단기간에 재생산하는 자본주의의 순환 속에서 순수학문의 성장과 결실은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학생이 학자로 성장하는 과정과 결과를 금전적인 논리에 대입하여 이윤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 아무리 소수의 학생뿐이어도 오히려 그들을 훌륭한 지적 재원으로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의무이며 도리이다.

필자는 사학 본전공으로 독어독문학을 복수전공하는 문과대생이다. 이번 사태에서 철학과와 독어독문학과 등 문과대의 석·박사 지원생 역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니, 대학원 공부를 계속할 생각인 문과대생으로서 실망이 큰 것은 당연하리라. 지켜보는 학부생의 마음이 이러한데 전형의 기회를 박탈당한 12명 당사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씁쓸할까. 학교가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모쪼록 우리 학교가 장기적인 안목과 여유 있는 마음으로 교육을 생각하여 진정한 교육의 요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