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르포 - solidarite 실천단 활동

기자명 김정윤 기자 (kjy0006@skku.edu)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월 20일.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서둘러 이동하는 학우들 사이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창 선거기간이기에, 혹여나 투표를 하라는 얘기인가 싶어 귀 기울여 보니 조금 낯선 단어가 들려온다. solidarite?

“성균관 학우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대안, solidarite(이하:쏠리다리떼)”

쏠리다리떼는 우리 학교 학생행진, 단대별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20~25명에 달하는 일반 학우를 포함한 실천단이다. 프랑스어로 연대를 뜻하는 ‘쏠리다리떼’란 이름을 가진 이 단체는 △빈곤과 주거권 △보편적 지식권 △불안정 노동권 등 다양한 사회 쟁점을 중심으로 연대를 외친다.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단순히 뭉친’ 연대가 아닌 ‘고민을 공유하고 쟁점을 나누는’ 질적 연대를 지향하고 있는 것. 

학우들의 사회적 고민 이끌기 위한 학내 활동
11월 20일, 몇몇 학우들이 손에 따뜻한 핫팩을 꼭 쥐고 지나간다. 이날 쏠리다리떼는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에 학우들에게 핫팩을 나눠주면서 따뜻함을 선사했다. 단순히 핫팩을 나눠주는데 그치지 않고 공정택 서울 교육감의 비리를 지적하는 퇴진 서명 운동도 이어나갔다. 이외에도 약 일주일간 이뤄진 활동은 학내를 중심으로 사회적 쟁점을 형성하기 위해 주력했다.

11월 21일, 이들은 오전 8시부터 등교하느라 정신없는 학우들 사이에서 힘찬 목소리로 ‘solidarite’를 외쳤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던 학우들의 시선이 하나 둘 피켓에 고정되는 걸 보니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한 보람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활동들은 비록 사소해 보이지만 학우들에게 사회 쟁점에 대한 고민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그 의의가 있었다. 이와 관련 태형(정외06) 사회대 학생회장은 “핫팩을 나눠주는 행사에서 학우들의 호응이 특히 좋았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사회 쟁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오늘날 대학 내에서 서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외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그들의 생각이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또는 그러한 기존의 틀을 넘어 발전적인 논의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대학생들의 관심사가 취업, 학점 등으로 획일화되면서 사회적 쟁점이 형성되기 어려웠던 상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쏠리다리떼가 연대에 앞서 쟁점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대학생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립한 후에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발전적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포부에서다.

노학연대 중심의 학외 활동, 적극성 돋보여
여전히 매섭게 추웠던 지난 11월 21일, 학내가 아닌 학외에서도 쏠리다리떼 실천단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스티로폼 몇 조각을 깔고 앉아, 손은 물론 입마저 얼어가는 강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끊임없이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구호를 외친다. 학습지 교사들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재능집회에 재능 교사 노조원들과 함께 참가한 것이다.

이러한 재능 시위는 특수고용직이라는 불안정 노동을 악용하는 고용주를 지탄하기 위해 시작됐다. 특수고용직은 비정규직의 한 형태인데 수수료 계약을 통해 기존에도 적게 받는 월급을 더 삭감하게 돼 극심한 착취를 받고 있기 때문. 88만원 세대라는 명칭을 부여받게 된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이처럼 부당한 비정규직 처우들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이와 관련 이승연(한문교육08) 학우는 “본래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의 사회적 틀에서 비롯됐음을 느꼈다”며 “특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집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성균관대 학생들을 보면 직접 부딪히며 현실과 맞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랑스럽다”는 유명자 재능 교육 노조 지부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쏠리다리떼는 성균인의 일원으로서, 사회 이슈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고 있었다.

한편 11월 25일, 쏠리다리떼의 활동 무대는 강남 성모 병원으로까지 넓혀져 갔다. 이번 행사는 일반적인 집회 및 시위와 달리 ‘문화제’ 성격을 띠게 돼 더욱 돋보였다. 하나 둘씩, 손에 든 촛불을 밝히면서 다양한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성신여대 몸짓패의 율동도 이어졌다. 진보신당 김용우 강남/서초 당원이 ‘광야에서’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는 시간에는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어 지나가던 환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문화제에 참가한 김현모(정외06) 학우 “생명을 다루는 기관인 병원에서 최우선 가치를 이윤에만 두고 있다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며 문화제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쏠리다리떼의 활동들은 얼핏 보기엔 대학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사회 쟁점에 스스로 뛰어드는 이들의 활동은 어떤  누구의 이력서에 쓰일 경력보다 더 화려하다. 학습지 교사들, 병원 비정규직들과 그리고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또는 더 많은 대학생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사회적 고민을 진전시켜나간다면 그 어떤 위기에서도 가장 멋진 대안, ‘solidarite’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