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연경 기자 (-0-tayaggo@hanmail.net)

1학기 대학 입학. 그 설레는 출발 속에서 난 방향을 잃은 채 역행하는 듯 했다.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매일, 이상과의 괴리, 후회들. 일그러진 자화상속에서 물을 손으로 움켜쥘 때의 느낌처럼 아무것도 얻어지는 것 없는 하루하루에 나는 학교를 떠나고 싶었다. 나와 함께하는 것들 중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08학번이여, 안주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펜을 들어라’

어쨌든 다시 나는 새로운 이곳에서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캠퍼스를 걷다 우연히 성대신문 광고 현수막의 저 문구를 보게 되었고, 문득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지나온 시간들은 모두 변명뿐인 안주였던가’

다시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 것이 새출발을 위한 공부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찬 머릿속을 매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덫에 걸린 것 마냥 내가 나를 가두는 현실 속에서 어쨌든 ‘탈피’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기자 생활을 선택하게 되었다.

학교 과제 보다 더 많은 신문사 과제, 두 신문사 사이를 오고가느라 지친 몸과 마음.
이렇게 남들이 보기엔 무의미하고 버겁기만 해 보이는 이 시간들을 견뎌내고 내가 기자로서 오늘을 사는 이유는 어쨌든 나는 과거의 굴레를 벗고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를 답습하는 고민은 없다. 아니 남들보다 딱 두 배의 삶을 사는 나에겐 그런 고민 할 시간적 여유조차 부족하다. 가슴엔 열정을 가지고 더 치열하고 냉철하게. 역행하려던 시작의 연장선을 그은 순간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단지 저것뿐이다.

도망치듯 시작한 새로운 ‘시작’. 하지만 마음속으로 하루하루를 채찍질하며 시작, 그곳으로부터 그어진 선에서 벗어나지 않게 똑바로, 한걸음 한걸음 이제는 좀 더 빠르게 달리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밀린 과제로 늘 고단한 몸이지만 과거를 벗어던지고 걷는 이 길에서 마음만은 푸른 대지 위를 달리듯 한없이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