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사치로 여기는 인식 만연... 소외계층 문화 향수 기회 확대해야

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세계적인 경제 한파에 문화계도 그 세력권 밑에서 무사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가계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그 중 구조조정 1순위는 으레 문화 향유 비용이기 십상이다. 문화생활은 여유로운 자들의 특권 또는 사치로 비쳐지는 억울한 시선 때문에서인지 문화계에 찬바람은 유독 매섭게 들이치는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 실시한 ‘2008년 문화향수 실태조사’는 유난히 체감온도가 낮은 문화예술계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문화적 삶을 누리고 있는가’를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이 조사에서 예술 관람의 걸림돌을 경제적 부담으로 꼽은 사람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이장섭은 “일반인에게 문화가 여가 수준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문화 향수의 걸림돌이 고비용, 시간부족 따위에서 찾아지고 정당화된다”고 진단한다.

그렇지만 정신의 안식과 같은 문화 향유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 생활은 비로소 진가를 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은 여가 수단인 동시에 영혼의 자양분으로 기능, 희망과 빛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문화의 힘으로 문화 산업의 진일보는 물론 희망을 일궈 낸 사례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세계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대공황, 이를 극복한 뉴딜정책의 뒤에는 수천 명의 예술가를 지원하는 예술진흥사업이 있었다. 공연예술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범국민적인 희망을 우선적으로 이끌어내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이 밖에도 가난한 항구도시였던 영국 리버풀은 ‘비틀즈’라는 문화 아이콘을 품었다는 이점으로 매력적인 관광문화도시가 됐다.

문화 향유에 대한 그릇된 일반인의 인식은 문화 소외계층을 양산하는 데 남모르게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화가 사치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하물며 저소득층 어린이, 노인, 농산어촌 등 문화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계층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어진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도농(都農)간 문화 공연 관람률은 20% 가까이 차이가 났으며,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관람률은 이전 조사에 비해 떨어지는 등 문화 향유에도 양극화가 진행됨을 보였다. 차상위 계층에게 공연 객석을 나누는 ‘문화 바우처 사업’ 및 지방 곳곳에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는 ‘생활공감 문화열차’ 등 정부가 기울이는 노력이 결실을 거둬 문화소외계층이 ‘문화희망계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