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다빈 기자 (ilovecorea@skku.edu)

한 가지 사례를 가정해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투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해 국민들의 투표 여부를 확인하고 몇몇 경우에는 그들에게 투표를 할 것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들에게 투표를 요구하거나, 도지사에게 투표 참여 인원을 할당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 사실을 취재했던 기자가 2개월이 넘도록 이 일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기자를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얼마 전 위의 가정이 현실로 일어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리 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말이죠. 학교가 다소 무리 방법을 동원해가며 학우들의 투표를 강요한 사례들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강요에 해당할 만한 사례는 다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투표 강요에 해당하는 일들이 분명 발생했고, 학우들은 분노했습니다. 특히 바람직한 총학생회의 탄생을 위해 노력했던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은 이로 인해 ‘어용 학생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학생자치 전반에 걸친 위기의 목소리가 학우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학내에서 이 사실을 취재했던 본 기자는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성대신문에 의존해 성균관대 소식을 접해온 독자라면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 어떤 사실이 발생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성대신문사 소개에는 ‘성대신문은 성균관대학교의 언론기관으로서 건설적인 의견과 비판으로 여론의 창달을 기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과연 성대신문 기자로서 이번 총학생회 선거 보도에 있어 이러한 원칙들을 지켰는지 스스로 자문해봅니다. 자문의 결과는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여러분의 질책이 있다면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학교의 모든 학우들과 성대신문을 아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