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임기란 전 상임위원장

기자명 임태희 기자 (tobermory@skku.edu)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민가협)는 지난 1985년 민주화운동으로 부당하게 구속된 양심수의 어머니들에 의해 구성된 단체다. 특히 민가협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16년째 목요집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 이는 국제적으로도 이례가 없는 장기집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에 민가협의 시작을 일군 임기란 전 상임위원장을 만나 목요집회의 활동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민가협을 일구게 된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1985년 서울대를 다니던 막내아들이 학생 운동을 하다 구속됐다. 당시에는 막내아들처럼 옳은 목소리를 내다 구속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에 분노한 어머니들과 함께 아들의 석방을 위한 시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내아들과 같은 양심수의 석방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시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의 부당함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을 알게 돼 아들이 석방된 뒤에도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16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집회를 진행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집회 초기에는 심적 어려움이 많았다. 깡패들이 위협하기도 했고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에 대해 빨갱이 소리를 듣고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집회의 취지에 동감한 많은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와 이 일이 옳다는 확신이 지금까지 집회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목요집회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주된 요구는 이뤄내지 못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회의 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국가보안법을 인권침해의 악법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이는 우리 사회가 이데올로기적 판단에 있어 국가보안법을 잣대로 삼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상황이 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나 자연스럽게 굳어졌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철폐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것 같다.

구성원이 대부분 고령인데 앞으로 진행상의 문제는 없겠나
목요집회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장기 양심수 석방이라는 우리의 주된 요구가 이루어질 때까지 지금과 같은 방향성으로 계속 될 것이다. 다만 현재의 구성원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1인 시위와 같이 상황에 맞춘 형식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해 젊은 구성원의 참여가 적은데 이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확실히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가에서 강의요청도 받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시위참여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젊은 층 전반에 퍼진 사회적 무관심 못지않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경우가 줄어들어 이를 문제로 인식할 기회가 줄어든 상황이 큰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적은 인원이라도 꾸준히 우리를 찾아주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앞으로 △퍼포먼스나 콘서트 같은 집회형식의 다양화 △비교적 관심이 많은 현안 논의 △합동 시위 계획 등 젊은 층의 참여를 촉구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