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 황호덕(국문)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절반의 문학이라 이야기되곤 하는 희곡이나 시나리오의 영역에서 문학의 몫을 뜻하는 절반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구구하다. 여튼, 이 말의 함의란 결국 이들 장르에 요구되는 재능이나 규약이, 서정적 자아 혹은 작품 내적 화자를 통해 매개되는 문학적 발화들의 반성력이나 언어의 조탁과는 다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있을 것이다. 사건의 제시와 화소(話素)들의 결구력, 그리고 그것이 머리 속에서 구성해내는 무대나 장면이 모호하다면, 이야기 자체가 갖는 즉물성에 의존하는 시나리오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는 셈이다. 이들 장르에서 구구한 설명이나 심리 및 풍광 묘사가 연이어진다는 것은 작법상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규칙 위반이자 미숙함의 소치로 이해되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절반의 문학’이란 왼팔만을 쓸 수 있는 오른손잡이 복서의 경기와 같은 불운과 그로 인한 긴장감을 뜻하는 말일지 모른다. 시나리오는 무엇보다 하나의 ‘영화’를 내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시나리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영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게다가 그것은 ‘문학’의 영역에서조차 정당화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투고된 5편의 시나리오와 1편의 희곡이 머리 속에 하나의 가상 영화나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지, 또 그러한 긴장감과 힘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답은, 적어도 심사자에게는 완전히 긍정적인 형태의 것은 되지 못했다. 기왕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건 장면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도 관련된다. 의도나 정서의 전면화는 주제의식이 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부적 이야기가 억지스럽다거나 시나리오에 요구되는 사건성이 약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전자가 <모두가 사랑 때문이다>, <빛나는 재능>의 경우이고, 후자가 <Ring Ride>나 <상경>, <내동생>과 같은 경우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박세준의 <빛나는 재능>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은 일찍 굳어졌다. 무엇보다 미스테리라는 장르적 규약 안에서 강한 서사성과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구성이 돋보였고, 단숨에 읽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학교에서의 사건에 비해, 경찰 쪽의 움직임을 다룬 부분의 이야기가 빈약하기는 했지만, 학교 폭력과 남근주의적 사회의 연결에 집중하려는 포석이라 이해되었다.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같이 추적하도록 하는 한편, 곳곳에 혼선을 빚도록 만들어놓은 장치들도 설득력이 있었다. 함께 보낸 착실한 ‘번안작’도 이 시나리오를 주목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다만 대사의 생생함이나 현장성이 이야기 자체의 결구력을 위해 크게 희생되고 있어 ‘시나리오’로보다는 ‘장르 소설’처럼 읽히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점, 범인 추적에 집중해 최초의 원인이 다소 상식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점이 최우수작으로 내놓는 일을 망설이게 했다.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빠트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분들께도 이번에 낸 용기가 상처가 아니라 정진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 시인의 말처럼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