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시부문
[심사평] 시부문
  • 성대신문
  • 승인 2009.03.04 18:37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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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 천정환(국문)교수, 황호덕(국문)교수

문학의 끝이나 역사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이때에도, 적지 않은 청년들이 시를 쓰고 그 시편들마다에 인간의 이야기가 깃드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인간을 ‘말하는’ 일 그 자체가 인간을 ‘향해 가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성대문학상 시 부문에는 29명의 응모자가 52편의 작품을 보내왔다. ‘쇄도’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대학문예로서는 민망하지 않은 ‘열기’라고 생각한다. 시라는 것, 문청(文靑)들의 시라는 것이 늘 그러하듯이, 각 작품 모두가 저마다의 개인사로부터 어렵사리 터져 나온 고뇌의 편린들처럼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설익은 표현이나 과잉된 어휘들이 더욱 눈에 띄었다. 대학문예란 어떤 의미에서 문단으로 가는 통과제의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재능이나 열정을 묻고 각오를 다지는 자기 점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심사를 하며 느낀 몇 가지 소회를 적어 보고자 한다. 

  각 작품이 보여주는 개인적 수련의 역사나 언어를 다루는 재능, 사유의 깊이라는 것이 균질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응모작들의 상당수가 청춘의 사건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거나, 모호한 관념어에 의존하여 자기환원적 고백에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첫째 외로움이나 애증, 실연에 관한 감정적 어휘나 침묵, 존재, 실존과 같은 관념어를 직접 노출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띄었다. 둘째 객관적 상관물을 갖는 이미지들 보다는 너무 큰 관념이나 너무 작은 일상의 감정으로, 언어를 탐구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전달의 매체로 삼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가족이나 연인에 대한 사랑과 상실의 감정 그 자체가 아무리 보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언어나 창조적 이미지를 통해 매개되지 않으면 공감을 얻기 어렵고,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 이상의 소용을 갖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서경이나 계절의 풍광, 이미지들을 ‘나’라는 주어의 정서와 직접 연결시키려는 나르시시즘적인 시들도 많았다. 시적 감동과 설득력이라는 것은 결국 ‘과잉된 언어’나 ‘직접적 토로’보다는 절제된 언어와 선연한 이미지를 통해 얻어지는 정서적 환기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걸리는 단처들이 없지 않은 대로, 시와 문학을 대하는 열정과 수련, 학생문예만의 도전적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다음의 세 작품을 선정하는 마음은 기쁘고 반갑다. 권준현 「사북의 오월」외 3편은 우선 사건과 풍광에서 핵심적 이미지를 끌어내는 힘이 선연하게 느껴져 언어를 다루는 재능을 능히 짐작케 했지만, 시편들 전체가 이미지의 단편에 압도되어 있어 작자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서기슬의 「오후의 물컵 」외 2편은 훈련된 언어와 자기만의 이미지를 조직해내는 능력이 돋보였지만, 감정의 직접적 노출에서 불균질한 조탁이 발견되었고, 무엇보다 언어가 향하는 인식이 충분히 깊이 있는 것이라 보기 어려웠다. 허준행 「스위트 홈, 베이비」외 3편은 치열하게 자신이 사는 시간과 현상들을 대면하려는 용기가 믿음을 주었다. 세대의식으로 대변되는 시대정신을 감당하려는 의지나 이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려는 열정은 설득력 있는 것이었지만, 시의 리듬이나 언어의 절제를 좀 더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소회가 남았다. 이상의 이유로 허준행의 「스위트 홈, 베이비」를 최우수작으로, 서기슬의 「오후의 물컵」을 우수작으로, 권준현의 「사북의 오월」을 가작으로 추천하게 되었다. 심사와 심사평이라는 것이 작은 차이들과 취향 속에서 결과를 도출해야하는 심미적일 수밖에 없는 판단인지라, 늘 합의 가능한 것도 만족스러울 수도 없는 일이겠으나 이 역시 사람이 사는 마련의 제도이고 그런 한에서 제한된 틀에서나마 나름의 의미를 얻어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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