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 천정환(국문)교수, 황호덕(국문)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여러 편의 다양한 소설이 투고되었지만, 역시 ‘나’가 전면에 나와 있었다. 오늘날의 젊은 ‘나’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상당히 진지하게 그려져 있어 많은 자극을 받았고, ‘성대 문학상’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를 전면에 내세워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 소설을 쉽게 쓰게 하겠지만, 나르시시즘과 ‘자기 합리화’의 위험에 자신을 빠뜨린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한편, 글쓰기에서 ‘기본’이 중요한가? ‘상상’이 중요한가? ‘심사’위원의 입장에서는 역시 기본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기본은 딴 게 아니라, 정확하고 구체적인 문장과 서사문학에 대한 이해이다. 투고작 중 어떤 작품들은 아직 이 기준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여 쉽게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반대로 수상작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비교적 오랜 공부와 고민의 시간을 느끼게 해준 것들이다.

최우수작으로 김인한의 작품을 뽑는 데 그리 많은 토론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초등학교 사서교사의 하루를 통해 소위 ‘왕따’ 문제를 다루고, 이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연결시켰다. 이 연결의 방법이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나’는 평균적 삶을 바라는 그러나 잘 되지 않는, 어떤 경계와 ‘피로’의 상태에 서 있다. ‘나’는 윤리적 분열에 처해 있으며 그것조차 섬세하게 직시할 수 있어, 자기도취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것과 그른 것을 분변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물론 다른 미덕도 많이 가진 소설이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에서 주로 전개되는 서사의 시ㆍ공간이 기본적으로 협소하여 관념적이라 느껴지는 한계도 없지 않았다.

김덕중의 <MP3맨>은 투고된 작품 중에서 오늘날 대학생들의 ‘현실’에 가장 근접한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 관심을 끌었다. 즉, 작품 속에는 시대의 문제와 자의식, 타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있었고, 또 그것이 그야말로 ‘스펙’과 경쟁 같은 구체적인  문제 위에 펼쳐져 있었다.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성장’과 경험을 다룬 이야기는 대학생활을 해본 이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오히려, 물론 잠재적으로, 김덕중 군의 작품에는 더 많은 것이 기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 ‘소설화’가 부족했다. 문제적인 인물로 선택된 룸메이트의 사상과 행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 부족은 오히려 김덕중 군이 너무 잘 알고 있는 세계에 대해 썼기에 일어난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담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도 있는 것이 아닌지? 오늘날 ‘나’들은 결미에서 작자가 잘 말한 대로, ‘결국’ ‘평범 이하의 수렁’으로 지나치게 자발적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말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그것은 ‘실재’와 너무 평범하게 닮아 있다. 

손소은의 ?미싱링크?는 상당히 섬세하고 좋은 서사 구성력과 문장력을 보여준 작품이라 금방 눈에 띄었다. 이 작품 덕분에 편지 형식(때로 ‘2인칭 소설’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소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미싱링크?에서 이 압도적인 형식은 내용과 유기적일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 즉 이 작품이 표출하는 글쓰기의 나르시시즘은 편지 형식 때문에 더욱 짙어져 있었다. 만약 이 작품이 작자가 세계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조금 더 보여줬다면? 아마 최우수작을 정하는 데 훨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외 혼혈인 이야기를 다룬 이주영의 <나비> <롤러코스터>, 김홍준의 <참아주기 힘드네>도 가능성이 아주 많은 작품이라 여겨졌다. 특히 남다른 문제의식을 가진 <나비> <롤러코스터>의 작자에게 따뜻한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