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옥예슬 기자 (yso1089@skku.edu)

재래시장 활성화에 있어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의 여러 재래시장은 오래 전부터 고유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내국인에겐 향수를 자극하면서 외국인에겐 그 나라의 문화를 흠뻑 느끼게 해주고 있다.

서정적인 풍경으로 마치 동화책을 연상시키는 영국의 ‘포토벨로 마켓’. 2km에 걸쳐 뻗어있는 좁은 거리 양 옆에는 색색의 파스텔 건물이 들어서있다. 토요일마다 들어서는 골동품 시장 그리고 영화 <노팅힐>의 두 주인공의 사랑이 숨쉬는 트래블 북 숍은 이 시장의 유일무이한 명소이다. 매년 8월에 열리는 노팅힐 카니발에 포토벨로 마켓은 하룻동안 열정이라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이 재래시장은 축제라는 역동적인 요소와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정적인 요소라는 각기 다른 물감을 섞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터키 전통 양식 뿐 아니라 모차르트의 악보부터 화가 클림트의 그림 등이 수놓인 다양한 스카프들을 볼 수 있는 곳. 바로 터키 부르사에 있는 ‘코자 한’ 시장이다. 실크를 비롯한 직물의 중심지라는 역사를 바탕에 둔 이곳에서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색다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재래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라는 시장의 개념을 넘어서 직물에 관련한 전문성을 갖춘 하나의 문화적 공간이 됐다.

폴란드에 위치한 크라쿠프 중앙광장은 14세기 때 왕실의 결혼식이 열렸던 장소이다. 현재 그곳은 시대적 배경을 간직한 우아한 건물과 광장이라는 장소의 이점을 살린 널찍한 중앙시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광장 주위 건물들의 2층을 미술관으로 만듦으로써 시장과 예술을 자연스레 같은 연결고리로 묶었다. 또한 시장을 돌고난 후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해 쇠퇴한 지역 산업과 시장을 관광으로 연계했다.

영국의 포토벨로 마켓, 터키의 코자 한 시장, 폴란드의 크라쿠프 중앙시장. 이 세 개의 시장은 모두 재래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각기 다른 아이디어들과 혼합시켰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특히 이러한 노력들이 위에서부터가 아닌,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자체 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시장마다의 특수성이 없이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시장을 또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 개발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시사점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