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염동윤 기자 (dongyoon@skku.edu)

▲ 임산호 기자
“허허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도 옳습니다.” 이 두 마디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얼핏 들으면 소크라테스나 황희 정승의 일화를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학교 철학과 양국현 교수. 특유의 말버릇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 “앎과 모름에 경계를 그어버리면 더 좋은 생각이 나올 수 없지 않겠습니까?”

양 교수의 강의를 들어보면 그 특별함을 알 수 있다. 그의 수업은 항상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이 난다. 실제로 강의실에 들어서면 60명이 넘는 학우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토론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제가 대화식 수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철학이라는 것이 답이 주어진 학문이 아니라 함께 답을 만들어가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대화하다보면 혼자서는 생각해내기 힘든 참신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요.”

그의 강의엔 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근본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철학이 동일한 작업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강의실은 토론장에서 미술관으로, 또 공연장으로 수시로 변한다. 학생들은 텍스트에서 깨달은 바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며 심지어 무용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텍스트 속 어려운 철학을 쉽게 이해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언어와 논리의 제약을 벗어나 폭넓은 사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양국현 교수의 이러한 가치관과 수업방식은 그의 지도교수이자 후설(E.Husserl)에 이은 현상학 분야의 저명한 철학자인 롬바흐(H.Rombach)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그는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유학 시절 롬바흐를 만났다. “어찌 보면 행운이라 할 수 있죠. 원래 뮌헨으로 유학가려 했는데 당시 지도교수님의 추천에 따라 뷔르츠부르크로 가게 됐거든요.” 항상 학생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했던 롬바흐의 태도에 매료된 청년 양국현은 그를 본받으려 했고 어느새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신의 스승이 그랬듯 학생들과 함께 같은 높이의 책상에 앉아 진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좇는 교수가 됐다. “저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들 딸 같아서 마냥 예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과 대화하며 제 자신이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이 외국인들에 비해 토론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해요. 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철학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알려 하고 파고들면 그것이 곧 철학입니다. 고민하고 대화하세요.”

대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철학자 양국현 교수, 그의 꿈은 우리나라에 철학텍스트 재단이 생겨 현재의 빈약한 번역 구조가 개선되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많은 철학 번역서들이 온라인에 무료로 공유돼 모두가 함께 철학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두가 철학하는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그는 오늘도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마치 모든 사람의 깨우침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질문을 던지던 소크라테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