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찬 편집장 (sansiro@skku.edu)

“네, 성대신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학교 신문사입니다. 학내 흡연 문제에 대해 조사하는 중인데요. 총학생회실에 계속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아서 여기로 전화드렸습니다.”
“아……. 저희 총학생회가 당선되지 않은 상태라서 아무도 없을 거에요. 학교 관리팀 쪽에 전화해보시겠어요?”
“3월인데 총학생회가 아직 없나요?”
며칠 전 신문사로 걸려온 전화다. 총학생회(이하:총학)가 아직 없다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리 학생회들의 위치를 되짚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많은 대학이 겪고 있는 투표율 저조 문제는 제쳐놓고서라도, 단적으로 △고려대(2개 선본 출마) △서울대(5개 선본 출마) △연세대(2개 선본 출마)에서는 재선거 없이 한 번에 총학이 선출됐다. 2번의 선거 무산을 겪고 4월에 선거를 진행해야 하는 우리 학교의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또다른 학내 중요 자치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제 때 열리지 않을 때가 흔하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상정된 안건들 중 일부가 의결되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나기도 한다. 이렇듯 학내 자치활동에 ‘합격점’을 주기는 힘든데도 학우들의 비판은 불평 그 이상을 넘지 않는다.

“학생회가 대체 무엇을 했죠?” 총학의 지난 1년을 평가하는 매년 10월, 그때마다 접하는 학우들의 질문이다. 이처럼 학생회의 존재 필요성을 찾는 것은 그 역할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으로는 학우들의 고충을 해결한다는 것과 학생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꼽히지만 이 또한 ‘정답’이 되기는 힘들다.

 학우들의 고충 해결은 학생회의 기본 역할이지만 학교라고 해서 학생 복지에 무신경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작년에 한국서비스품질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장애 학생이 가장 다니기 좋은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생 행사 준비도 마찬가지다. 중앙 컨트롤 타워 부재와 학교 측의 지원금 삭감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올해 새터는 단과대 학생회만으로도 큰 사고 없이 치러졌고. 축제에 대해서는 총학이 아니라 학우들 차원의 기획단이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체 학생회는 무엇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학내 복지 여건을 증진시키고, 학생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학생회의 역할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사실 접근 방향부터 잘못 설정된 것이다. 이 역할들을 수행하는 것이 학생회의 존재 이유라면 우리 학교에서는 더 이상 학생회가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결코 아니다. 학생회는 특정한 무언가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회의 존재 요건은 ‘자치단체’라는 성격과 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 학우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대표자를 통해 의사를 표출함으로써 ‘스스로를 다스리는’ 과정들이 학생회의 존재 이유를 입증한다. 우리가 이를 외면했기에 학생회는 갈 곳을 잃었고,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서 학생회들은 무기력해졌다. 학우들의 눈을 모으면서 학생회는 눈을 뜨고 , 학우들과 소통함으로써 그들의 목소리를 모을 때 학생회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생회가 진정한 ‘자치’를 이루고 민주사회의 축소판으로 기능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대표성이다. 그러나 △2년째 반복되는 단선 △50%를 맴도는 투표율 △일주일 넘게 이뤄지는 연장투표 등은 우리의 학생회가 그 존재 필요성을 담보할 만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묻게 하는 슬픈 초상화다. 이에 더해 지난 12월 총학 재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학교의 투표 개입은 단순히 학우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회의 대표성을 약화시켰다. ‘자치’는 오롯이 학우들에 의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생회가 학내 민주주의의 발현지이자 학생자치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총체적 학생회 부실의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봄이 왔음에도 민주적 가치가 꽃피지 못하는 캠퍼스의 일차적 책임이 학우들의 무관심에 있듯, 변화가 일반 학우들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23일부터 시작되는 총학 선거유세. ‘경력 쌓으려고 저런다’, ‘학점 떨어지는데 왜 저러고 있나’라는 냉소보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박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학생회는 대표성을 획득하고, 학우들은 진짜 학생회를 얻을 수 있는, 이를 통해 학내 자치가 비로소 부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유일한 길이 바로 그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