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더 재미있게 읽기

기자명 진가연 기자 (iebbi@skku.edu)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읽다보면 ‘증식’의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증식’이라는 문제를 합리적인 사고로만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조차도 종종 신화적 사고의 힘에 호소해 난국을 타개하고자 해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중
 바로 이성적이고 계산적일 것 같은 경제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다소 허황된 신화적 개념인 ‘코르누코피아(풍요의 뿔)’를 차용한 것이다. 책에서는 ‘풍요’를 상징하는 코르누코피아 자체가 아니라 ‘풍요로움이 어떻게 증식됐는가’ 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코르누코피아의 어원은 제우스의 어머니 레아가 남편 크로노스 눈을 피해 자신의 아들 제우스를 크레타섬으로 보내는 데서 출발한다. 그녀는 제우스를 멜리세우스 왕의 딸들에게 맡기고 떠나는데, 그 딸들 가운데 하나인 아말테아는 그에게 산양의 젖을 먹여 키운다. 아버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자신에게 젖을 준 그 산양을 올림푸스 산으로 데려가 애완동물로 삼는다. 어느 날 제우스는 실수로 산양의 한쪽 뿔을 부러뜨리게 되자, 그 뿔을 평소 자신을 키워준데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 아말테아에게 선물한다. 그런데 그 뿔은 보통 뿔이 아니라, 그녀가 원하는 과일은 무엇이든지 가득 채워 내놓는 마법의 뿔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뿔은 물질적·정신적 풍요를 상징하는 ‘코르누코피아’가 된다.

이러한 코르누코피아적 사고는 중농주의를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중농주의 이론의 핵심은 부의 증식이 화폐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지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대지에 대해 노동을 가함으로써 대지의 풍요로움을 증여하며, 그 증여는 무상주의로 표현된다. 이를 코르누코피아 신화와 연결하면, 태초의 거래는 혈족간의 ‘순수증여’에서 시작된다. 제우스의 어머니가 제우스를 살려준 것도, 아말테아가 매일 산양의 우유를 먹여준 것도 ‘사랑’을 기본으로 한 증여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우스가 성장한 이후 ‘쌍방증여’로 바뀌게 되는데, 중요한 점은 거래의 전제 조건이 ‘사랑과 친절함’ 이다. 즉 레아의 딸 아말테아는 그에게 순수하게 산양의 젖으로서 사랑을 베풀었고, 제우스는 이에 산양의 뿔로 그 사랑을 되갚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증여’의 의미에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숨어있다. 고대 그리스인의 시각에서 볼 때, 뿔은 무기로 쓰기에 너무 물렀고, 젖은 먹기에 너무나 썼기에 산양의 뿔과 젖은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왜 하필이면 거래가 불가능한 매개체가 신화에 등장하냐는 것이다.

사실 산양의 젖과 뿔로 대변되는 ‘산양’이라는 매개체는 물질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 그 자체다. 이는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라 볼 수 있는데, 인류 역사상 최초의 거래는 단순히 산양을 한 마리씩 주고받은 수치적-계산적 경제체제가 아니라 감정과 감정이 오간 사랑의 경제였다는 점이다.이처럼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인 코르누코피아 신화의 근원에는 ‘영원한 부의 증식’이라는 경제적 원리 외에 궁극적으로는 감정의 가치가 숨어있었다. 인류 최초의 거래는 결국 ‘신’이라는 궁극적 두 존재의 경제적 거래 과정이 결국은 ‘사랑의 교환’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