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다빈 기자 (ilovecorea@skku.edu)

한성원(이하:한)다산국제네트워크 학회장(화학06)
대학사회를 기반으로 한 '학생자치'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과정에서 반복되는 무고나심과 낮은 투표율, 동아리, 학회와 같은 활동에 대한 저조한 참여 등 위기의 양상은 깊고도 다양해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한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사회 변화로만 치부해 방관할 수는 없다. 이에 학생자치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과의 대담을 통해 학생자치의 현황과 앞날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디까지를 ‘학생자치’로 봐야할 것인가
 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는 활동이라면 모두 학생자치라고 생각한다. △동아리 △소모임 △학회와 같은 규격화된 단체 활동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의미 있는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모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태: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학생자치로 포함시킬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학생자치란 집단적으로 자신들을 통치하는 과정이자 우리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취업과 같이 현실적 여건에 따라 수동적으로 좌우되는 부분은 자치로 규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유: 위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학생자치의 의미를 협소하게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학생자치가 대부분 학생회와 관련된 활동으로 한정되는 점은 경계해야한다.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학생회를 넘어 학생 통치로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다 학생자치라고 본다.

■ 학생자치에 대한 학우들의 참여가 부족하다. 학우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준선(이하:유)유학동양학부 학생회장(유동07)
학생자치가 필요한 이유를 말해달라
 이: 정치제도가 있어야 사회가 운영될 수 있듯이 학생사회 역시 학생자치를 통한 규약 마련이 필수적이다. 학생자치를 통해 스스로 질서를 마련하는 일은 학우들의 주체적인 학교생활을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 모든 사람은 대학 졸업 후에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서기 마련이다.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계기가 필요한데, 개인적으로는 학생자치 활동이 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장에서 바라본 학생자치의 위기상
■ 학생자치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본 학생자치의 현실은
이 :동아리는 현재 양극화 상태에 처해있다고 본다. 취업이나 흥미 위주의 친목 동아리는 신입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반면 사회적 활동을 하는 동아리는 이전에 비해 침체된 모습이다. 실제로 사회적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던 몸짓패 동아리가 중앙동아리에서 빠진 사례도 있다. 이는 갈수록 사회참여보다는 개인의 유희 활동이 주된 학생자치로 자리잡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우려할만한 일이다. 학우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점차 미시적으로만 한정돼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유: 학생자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으로 본다.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정 학생회, 동아리와 같은 하나의 구심점으로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활동에 참여하는 일부 학우들의 경우, 소속감이나 동류의식에 대해 생각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동아리, 학회 등의 활동 역시 서로 협동하는 것보단 술, 놀이와 같이 개인의 스트레스를 푸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 이와 같은 학생자치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경제가 어렵다보니 학우들 대부분이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자치에 대해 생각하기 보단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데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본질적으로 학생자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본다.
태 : 대학생의 대부분이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대학생이란 이유만으로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대학생을 하나로 묶어낼 사회적 요인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하는 과정에서 대학사회도 급변함에 따라 위기가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덕수(이하:이)인사캠 동아리연합회 회장(독문04)
# 학생자치의 내일을 모색하다
■ 그렇다면 학생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태: 사회가 변하면 대학사회의 모습도 달라지는게 당연하다. 이제는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학생자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즉, 예전처럼 단지 주어진 일에 참여하는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의제들을 생산하고 이를 함께 이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사회복지학과의 폐지를 둘러싸고 한창 논란이 일었을 때, 서명운동을 비롯해 활발한 반대운동을 펼쳤던 일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후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과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보다 활발한 학생자치 활동을 이끌어냈다.
한 : 학생자치가 항상 거창하고 대단할 필요는 없다. 단 몇 명이 모여서 즐겁게 활동하는 일 자체도 학생자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즐거운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 학회 역시 처음에는 6명의 친구들과 자유로운 모임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초기엔 세미나 형태였지만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하며 보다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 학생자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자치를 주도하는 리더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태 : 학생회에 대해 학우들이 가깝게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회의 리더는 같이 있으면서 함께 가는 사람이지 끌고가거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통의 지향점을 학우들과 함께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이번 총학 선거에서 ‘학생복지’ 공약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점 역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학생회의 리더라면 이벤트성 공약을 넘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학우들과 함께 평가하고 이야기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학생자치의 리더들이 좀 더 학우들의 욕심이나 꿈에 대해 귀를 기울여, 이를 하나로 모으려는 시도를 펼쳐야 한다. 시대가 바뀐 만큼 리더들도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새로운 비전 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학우들의 참여 부족으로만 학생자치의 위기를 지적할 수는 없다. 학생자치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열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본인 역시 동아리연합회를 집행부 없이 혼자 이끌었음에도 포기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물론 혼자서 활동하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많지 않았다.
 유: 복지든 사회사업이든 무언가를 관통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좀 더 일관된 철학을 가진 학생회 구성원들의 태도가 필요하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실만 피상적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학생자치의 리더들이 공리를 위한 대의를 품고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 끝으로 학생자치의 주체인 학우들에게 바라는 점은

태형(이하:태)사회과학대 학생회장(정외06)

 한: 학생자치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가진 학우들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우리 학회만 해도 벌써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이처럼 자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학생사회를 위해 포부를 갖고 있는 학생회장 및 학생자치의 리더들을 격려하고 함께 보조를 맞춰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뒤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생활을 도와주고 있는 주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일은 발전적인 학생자치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학우들 또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열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참여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소수라도 참여하려는 사람이 있는 이상 학생자치는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느꼈다. 정말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언가 실행할 수 있다.
 태: 학생자치는 결코 일부의 리더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리더의 주도만으로 학우들이 따라오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학우들이 함께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새로운 노력들을 해나가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