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몇 년 사이에 건축계는 참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 과거 2백명 규모의 건축 사무소들이 급속히 성장하여 5백명에서 많게는 1천명이 넘는 초대형 사무소가 됐다. 병원으로 치면 의사고, 로펌으로 치면 변호사인, 건축사라는 프로페셔널들을 이만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국내시장을 타겟으로 해서는 회사운영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내가 보스턴에 있는 동안 만해도, 국내의 굴지의 건축업체 수장들이 헤드헌팅을 하러 유학 나와 자리 잡고 실무를 하고 있는 재 보스턴 한인 건축인 모임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저녁을 내고, 당사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력을 과시하며, 7~8년차 해외 실무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모셔 가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이 제시하는 연봉과 인센티브는 상상을 초월한다.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뉴욕과 보스턴은 같은 경력을 가졌다면 서울보다 한 1.7~2배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연고를 송두리째 뽑아 다시 서울로 옮기려면 거기에 다시 50~70% 이상의 연봉인상이 있어야 하므로, 그냥 국내에서 경력을 쌓고 있었던 사람과 비교해보면, 되돌아온 이들의 연봉은 2.5배에서 많게는 3배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인재만 된다면, 또, 꼭 국내 설계 사무소들로 돌아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큰 일은 세계적으로 널려있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 있던 프린스턴 대를 졸업한 파키스탄 친구의 경우는 두바이로 옮겨 몇 년 사이에 Chief Architect 로 급성장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사회적 영향력과 연봉은 사내 젊은 친구들을 동요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 친구처럼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두바이나 상하이로 자리를 옮기면, 보통 미국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의 인상된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발령받은 지 아직 한 달이 안 된 나는 요새 제자이자 후배인 학생들에게 이런 태평양 건너의 얘기를 해주기 바쁘다. 성균관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졸업하는 지식인이라면 적어도 활개를 펼치고 주름잡아야하는 무대는 뉴욕이고, 런던이고, 두바이지 그 무대가 국내로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 국제적으로 대형화된 설계 조직에 헤드-헌팅되는 인재가 되기까지 대학생활 동안 캠퍼스에서 어떻게 시간을 디자인해야 하고, 커리어 초석을 어떻게 다져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바쁘다. 영어는 기본의 기본이고, 후배들 모두 국제적 전사들로 거듭나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

후배들이 벤치마킹해야하는 건축가의 모습은 기관을 클라이언트로 두어 30~40명이 넘는 이익 집단들을 설득해야하는 팀 리더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정치적 입지가 다른 클라이언트 그룹 장들의 의견들을 수렴하여 명쾌한 논리를 구축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드는 견인차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설득의 예술가이자, 비전 메이커가  앞으로의 지도적 건축가라고 나는 얘기해주기 바쁘다. 후배들은 고무된 상태로 내 얘기에 경청해주고, 난 변화된 후배들의 눈빛을 통해 귀국의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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