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상 유례없는 불황이 찾아왔다. 백수가장이 사상 최대이고, 부자들도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밥을 먹는단다. 명품 수선 가게는 이런 불황을 맞아 성수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요즘 청년취업·실업 신문기사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청년실업가중으로 명문대 중퇴생이 자살했다는 소식, 취업시장이 ‘졸업자’보다는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것 때문에 몇몇 과목에서 일부러 F를 받고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 최악의 불경기를 피하기 위해 군대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 군입대자들이 증가 했다는 소식 등등.

신문에서, TV에서, 전혀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던 것들이, 이제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되면서 조금씩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워낙 미래가 불확실하다보니 공무원 시험 준비, 고시 준비하는 형 누나들도 여럿 있고, 자격증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처절한 스펙 쌓기와 학점에 더욱 더 민감해지는 학생들. 며칠 전 서점에 대학교재를 사러갔다가 깜짝 놀랐다. 원서의 가격이 5만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환율 탓이었다. 교수님은 원서를 사라고 하시지만, 번역서와 비교해서 거의 두 배나 차이나는 가격 때문에 책 한권 사는데도 고민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중고물품 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요즘 더 성황인 것 같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돈 쓰는 것이 무서워 식사는 ‘항상’ 기숙사 식당에서 한다. 외식은 없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물품이 생겨도, 바로바로 사지 않는다. 그때그때 적어놨다가, 주말에 집에 갔다 오면서 가져온다.

아직은, 사회의 최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나 같은 학생도 힘든데, 사회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네 아버지들은 어떨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들, 불확실한 미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점점 무거워져만 가는 어깨. 그러면서도 자식을 위해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으시나 보다.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에 육박하는데도, 등록금 고지서만 나오면 바로 ‘완납’이다. 아들이 기숙사 생활한다고, 집에 데스크탑PC가 있는데도 최고급 노트북을 사주시겠단다. 핸드폰이 됐건, 가방이 됐건, 신발이 됐건 내 자식이 쓰는 것만큼은 제일 좋은 것으로 쓰게 하고 싶으신가 보다. 됐다고, 괜찮다고 하는데도!

흔히 IMF 금융위기 시절에 졸업하여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세대를 ‘저주받은 세대’라 한단다. 그리고 지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세대는 그 저주를 이은 ‘88만원 세대’라 부른단다. 대졸자라도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 힘들어서 나온 단어라나? 하지만 그 어떤 불황도, 높은 장벽도 현재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뚫을 수 있지 않을까? 뚫을 수 없다 해도, 지금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상책 아닐까? 불안한 내 미래를 위해서, 나만 바라보고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이때, 전력을 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