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건축04)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름다운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어 봄나들이를 강요하고 있는 요즘, 수년 전 처음 학교를 입학할 당시를 떠올리게 된다. 전국적인 폭설이 기록된 2004년 3월에 캠퍼스 내에도 무릎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서 이글루를 만들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시작했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면 친구들 몇몇이 둘러앉아 중국음식을 시켜먹고 소풍 따로 갈 것도 없다는 듯이 뒹굴거리며 즐기기도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이역만리에서 복무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나의 추억을 만들었던 아름다운 공간은 아시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도서관이 자리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학교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반가움에 빨리 완공되기를 바라며 1년을 기다리고 나니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최첨단 도서관이 탄생했다.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민주십자로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회관과 자연과학동 그리고 제 1공학관이 인사하고 은행나무 잎과 같은 도서관이 공부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주던 그 장소에서 학우들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이 싹트고 있던 그 때를. 몇 년이 더 지나고 나면 이제 그 추억을 가진 학우들이 사라진다. 이제 우리들의 기억에 율전 캠퍼스 중앙광장에 대한 기억은 없다.

취업이 어렵고 공부가 힘들다는 요즘,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4년간 혹은 5년간의 대학생활에 있어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즐겁게 지냈던 추억거리 또한 소중하지 않을까? 지금 내 눈에는 내가 새내기였을 때에 비해 다들 바빠 보인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새내기 또한 바빠진다.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하면 도서관의 등장과 동시에 사라진 민주십자로가 아쉽다. 그 곳에서 수다를 떨고 수건돌리기를 해도 누구에게도 방해되지 않았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사람들이 더 바빠지고 여유라는 것에 대한 감을 잊어버리기 전에 우리에게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무언가의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만이 아니라는 것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아쉽다.